“교체 타이밍을 조금 빨리 바꿔볼까 한다.”
한화가 지난 6월말 8연승으로 상승세를 타며 어느 정도 반등할 수 있었던 데에는 외국인 투수 펠릭스 페냐(33), 리카르도 산체스(27) 활약이 컸다. 두 투수가 안정적으로 5~6이닝 이상 꾸준히 책임지며 선발진을 이끈 게 반등의 동력이 됐다.
2년차가 된 페냐는 23경기에서 팀 내 최다 134이닝을 던지며 8승7패 평균자책점 3.09 탈삼진 113개를 기록 중이다. 투심을 버리고 포심 패스트볼로 피칭 디자인을 바꾼 페냐는 춤추는 체인지업이 위력을 떨치고 있다. 규정이닝 투수 22명 중 피안타율(.210)이 가장 낮고, 리그에서 3번째로 많은 16번의 퀄리티 스타트를 해냈다.
버치 스미스의 대체 선수로 5월 중순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온 산체스도 16경기에서 86⅔이닝을 소화하며 6승4패 평균자책점 3.63 탈삼진 73개를 기록하고 있다. 좌완으로서 최고 150km, 평균 148km 강속구에 빠른 투구 템포로 위력을 떨쳤다. 산체스가 등판한 첫 9경기에서 한화는 8승1무로 무패 행진을 벌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두 투수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지난 9일 수원 KT전에서 4⅓이닝 8실점으로 무너진 페냐는 최근 2경기 연속 모두 6⅓이닝 3실점 퀄리티 스타트로 반등했지만 경기 후반에 흔들렸다. 투구 습관 노출로 수정 작업을 거친 산체스도 최근 7경기 1승4패 평균자책점 6.39로 고전하는 모습이다.
시즌은 길고, 선수가 1년 내내 잘할 순 없다. 페이스가 한두 번씩 꺾일 때가 오기 마련인데 최근 들어 두 투수에게서 공통적인 현상이 발견됐다. 잘 던지다가도 6~7회, 투구수 80구 전후로 난조를 보이며 고비를 넘지 못하고 이닝 중 강판되곤 했다.
데이터로 봐도 확연하게 타나난다. 페냐는 76~90구 구간에 피안타율이 2할8푼6리로 가장 높다. 올해 피홈런 9개 중 4개를 75구 넘겨서 맞았다. 산체스도 76~90구 구간의 피안타율이 3할7푼으로 집중타를 맞았다.
한화 벤치에서도 두 투수의 교체 타이밍을 한 템포 빨리 가져가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이대진 수석코치, 박승민 투수코치와 이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 두 투수 모두 투구수 80~100구 사이에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 80구를 넘어서면 페냐는 제구가 흔들리고, 산체스는 맞아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80구 넘어가는 시점부터 교체 타이밍을 빠르게 가져갈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선 불펜 상황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 최 감독은 “늘 불펜 과부하가 문제다. 우리가 (잔여 시즌) 30경기를 남겨놓은 시점까지 순위 싸움을 한다거나 포스트시즌이라면 교체 타이밍을 빠르게 가져갈 수 있지만 시즌 내내 외국인 투수를 그렇게 할 순 없다”며 “불펜 필승조 몇 명이 투입 가능한지 봐야 한다. 필승조 4명이 다 던질 수 있다면 6회부터 빨리 바꿀 수 있지만 2명밖에 쓰지 못한다면 애매해진다”고 말했다.
한화는 두 투수와 내년에도 함께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페냐는 1선발로 충분한 성적을 내고 있고, 산체스도 26세로 젊어 성장 가능성이 높게 평가된다. 남은 시즌 두 투수 특성을 파악해 가진 능력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최 감독은 “4점차 이상으로 여유가 있거나 1~2점차로 뒤지고 있을 때는 계속 던지겠지만 3점차 이하로 필승조가 다 준비된 상황에서는 교체 타이밍을 빠르게 가져갈 것이다. 경기 후반에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으로 여러 시도를 해보고 어떤지 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