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인 거 타자들도 안다. 그런데 못 친다.”
KT 마무리투수 김재윤(33)은 지난 19일 대전 한화전에서 2이닝을 탈삼진 2개 포함 퍼펙트로 막으며 팀의 연장 10회 5-4 승리를 이끌었다. 총 28개의 공을 던졌는데 슬라이더 5개, 포크볼 1개를 빼고 나머지 22개가 직구였다.
9회 한화 하주석과 닉 윌리엄스는 김재윤의 직구 힘에 밀려 3루 파울플라이로 물러났다. 10회에는 ‘홈런 1위’ 노시환도 김재윤의 직구에 헛스윙 두 번으로 삼진 아웃. 결정구로 149km 하이 패스트볼에 당했다. 마지막 타자 김인환도 김재윤의 직구에 헛스윙만 3번 나오면서 삼진으로 물러났다. 김인환 상대로 던진 4구째 바깥쪽 직구는 볼이 됐지만 트랙맥 기준 시속 151.2km로 측정됐다.
이튿날 이강철 KT 감독은 김재윤에 대해 “볼이 진짜 좋더라”고 감탄하며 “알고도 못 치는 공이었다. 직구인 거 타자들도 아는데 못 친다. 타자들의 배트가 안 나올 수 없는 높이로 직구가 들어가는데 ‘저 볼 진짜 못 치겠다. 장난 아니다’ 싶었다. 팔이 평소보다 기가 막히게 잘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강철 감독은 “이렇게 안정적으로 막아주는 마무리투수가 어디에 있나. 그것도 2이닝을 막아주니 진짜 고맙더라”며 연신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20일 한화전에도 9회 마운드에 오른 김재윤은 공 10개로 삼자범퇴하며 KT의 3-0 승리를 지켰다. KT가 후반기 21승5패로 8할대(.808) 승률을 질주하고 있는 데에는 김재윤 지분이 상당하다. 후반기 12경기(14이닝) 1승8세이브 평균자책점 0.64로 뒷문을 완벽하게 걸어 잠그고 있다.
지난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특별 전체 13순위로 KT에 지명된 김재윤은 새로 창단한 팀과 함께 성장했다. 2016년부터 마무리로 자리잡아 통산 159세이브를 쌓았고, 2021년 KT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 마운드를 지켰다. 포수 출신으로 돌덩이 같은 직구가 트레이드마크인데 올해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올 시즌 42경기에서 47⅔이닝을 던지며 4승2패22세이브 평균자책점 1.32 탈삼진 42개를 기록하고 있다. SSG 서진용(32개), 롯데 김원중(23개)에 이어 세이브 3위. 평균자책점에 WHIP(0.82), 피안타율(.181) 같은 세부 수치는 김재윤이 최고다. 가장 많은 5번의 멀티 이닝까지, 안정감과 활용 폭에서 김재윤이 현재 최고 마무리라고 봐도 무방하다.
김재윤은 올 시즌을 끝으로 생애 첫 FA 자격을 얻는다. 다가올 겨울 KBO리그 FA 시장에는 최근 몇 년에 비해 대어급 선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 투수 쪽에선 임찬규, 함덕주(이상 LG), 주권(KT), 홍건희(두산)가 주목할 만한데 마무리투수로 가장 검증된 자원은 김재윤이다. FA 타자로는 양석환(두산), 안치홍(롯데)이 있는데 김재윤도 이들과 함께 전체 최대어를 다툴 만하다.
30대 FA 불펜투수는 리스크가 있지만 정우람, 손승락처럼 성공작도 있다. 김재윤은 커리어 내내 큰 부상 없이 꾸준하게 해온 내구성이 강점이다. 그만큼 성실함이 뒷받침됐다. 이강철 감독은 “(비시즌에) 재윤이는 거의 하루도 안 빠지고 야구장에 나와서 운동을 한다고 한다. 자기 것을 알아서 잘 관리한다”고 말했다. KT로서도 놓칠 수 없는 선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