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리가 타이거즈 에이스의 바통을 이을까?
양현종은 KIA 타이거즈의 간판 투수이다. 2007년 입단해 KIA 원클럽맨으로 164승을 따냈다. 모두 선발승이다. 작년까지 8년 연속 170이닝을 던졌다. 한국투수 최초의 기록이다. 선발투수로 제몫을 다했다. 아마도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18번)과 '야구천재' 이종범(7번)에 이어 세 번째로 배번 54번은 영구결번 코너에 걸릴 것이다.
올해는 여러가지 안좋은 증후들이 나타나 걱정을 안겨주고 있다. 19경기에 등판해 106⅔이닝을 던졌다. 경기당 5~6이닝을 조금 넘기는 소화력이다. 퀄리티스타트는 6회에 그쳤다. 평균자책점 4.39, 피안타율 3할1리, WHIP 1.55를 기록중이다. 간판투수로 발돋음한 이후에 여러가지 지표에서 커리어 로우 기록이다.
한 경기에서 대량실점으로 무너진 경기가 생겼다. 6월초 사직 롯데전 2이닝 9실점, 인천 SSG전 4⅔이닝 7실점에 이어 8일 광주 LG전은 폭우로 노게임이 선언됐지만 2이닝 동안 9안타를 맞고 8실점을 했다. 다시 6일간의 재충전을 거치고 15일 광주 키움전에 등판했으나 5⅔이닝 7실점을 했다. 결국 16일 재조정을 시간을 갖기 위해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대부분 스피드 저하를 이유로 꼽고 있다. 15일 키움전 초반에는 최고 147km까지 던졌으나 직구 평균은 140km에 그쳤다. 스피드를 유지하지 못했다. 구속이 떨어지면서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의 날카로움도 무뎌졌다. 김종국 감독은 "수직 무브먼트가 줄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변화구 낙폭도 적다는 말이다.
양현종은 2014년부터 간판투수로 마운드를 이끌어왔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2021시즌을 제외하고 올해 5월까지는 부동의 에이스였다. 2017년 2차전 1-0 완봉승을 따내며 에이스의 서사를 열었다. 정규리그 MVP와 한국시리즈 MVP를 석권하며 당당히 대투수라는 칭호를 받았다. 이후에도 팀은 가을야구를 못해도 꾸준히 170이닝 이상을 던지며 팬들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올해 양현종의 부진은 예상 밖이었다. 나이가 있어 예전 만큼은 아닐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이처럼 갑작스럽게 구속과 구위 저하로 부진한 것은 뜻밖이다. 2월 WBC 대표팀에 참가해 일찍 몸을 만들었다는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제는 에이징커브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나이이기도 하다.
마운드의 상수였던 에이스가 이제는 변수로 바뀐 셈이다. 양현종은 열흘의 재충전 기간동안 심기일전하면서 새로운 실마리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팀도 양현종이 활약해야 가을야구를 할 수 있다. 김 감독은 "양현종이 부활해 마운드의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현종이가 다음 턴에는 예전의 구위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기대를 놓치 않았다.
양현종이 부활 여부와 별개로 KIA는 이제는 새롭고 젊은 에이스를 준비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좌완 이의리의 존재가 부상하고 있다. 전반기는 제구 때문에 불안했으나 후반기는 안정감을 보이면서 6이닝 퀄리티스타트형 투구를 하고 있다 . 150km가 넘는 속구,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의 구사력도 뛰어나다. 제구가 되면서 위력이 더해지고 있다.
당당히 2년 연속 10승을 따내면서 에이스의 길을 가고 있다. 입단 3년 차의 실적으로 본다면 이의리의 발전 속도가 느리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이의리는 보는 시각에는 불안감이 섞여있다. 사령탑도 10승을 따낸 직후 "아직은 불안한 모습이 있다"고 에이스 칭호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의리의 에이스 서사는 열리지 않았다. 양현종이 던져준 과제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