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몬스터가 최고 164km를 던지는 괴물을 상대로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제대로 알려줬다. 참교육을 하면서 쾌투를 펼쳤다.
류현진은 2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83구 4피안타 1볼넷 7탈삼진 2실점(비자책점) 쾌투를 펼치며 팀의 10-3 대승을 이끌었다. 류현진은 2승 째를 챙겼고 평균자책점은 1.89까지 끌어내렸다.
이날 류현진과 선발 매치업을 이룬 선수는 헌터 그린. 그린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다. 올해 최고 구속은 102.마일(164.1km)에 달했다. 반면 류현진의 올해 최고 구속은 91.1마일(146.6km)이었다. 18km 가까운 구속 차이가 났다.
그러나 구속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린이 손꼽히는 강속구 투수이자 유망주라고 할 지라도 아직은 미완의 투수였을 뿐이다.
메이저리그 11년차 류현진의 관록과 경험은 구속이 전부가 아니고 제구력과 커맨드, 완급조절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줬다. 류현진은 이날 포심 38개 체인지업 18개 커브 16개 커터 11개의 공을 던졌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89.6마일(144.2km), 평균 구속은 87.4마일(140.7km)을 기록했다.
특히 이날 류현진은 60마일대 커브를 구사하면서 신시내티 타자들의 혼을 빼놓았다. 허를 찌르는 커브는 류현진의 무기가 됐고 결정구가 됐다. 5회 2사 1,2루의 위기에서 엘리 데라크루즈를 상대로 3구 삼진을 잡을 때 마지막 공도 66.8마일(107.5km)의 느린 커브였다. 무지개처럼 포물선을 그리는 아름다운 커브에 데라크루즈는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타자들이 쉽게 칠 수 없는 곳으로 공을 던졌고 류현진이 원하는 곳으로 커맨드를 펼쳤다. 여기에 패스트볼과 커브 체인지업의 뛰어난 완급조절로 신시내티 타자들을 완벽하게 압도했다. 하드 히트(타구속도 95마일 이상)의 타구도 단 2개 밖에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신시내티 타자들이 정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2실점도 실책으로 비롯된 것이기에 류현진에게 우려할 만한 요소도 아니었다.
반면 그린은 이날 최고 구속 100.3마일(161.4km) 평균 구속 98.4마일(약 158.3km)의 공을 던졌다. 비록 우측 엉덩이 부상에서 돌아와 지난 6월18일 이후 약 두달 여만에 복귀전을 치른 것을 감안했다고 하더라도 그린의 내용은 실망스러웠다. 아무리 빠른 공을 던져도 커맨드가 온전하지 않고 완급조절을 할 수 없다면 두드려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이날 그린은 피홈런 5개를 기록하면서 8실점했다. 3이닝 10피안타(5피홈런) 3볼넷 4탈삼진 9실점(8자책점)으로 무너졌다. 그린의 개인 최다 자책점 타이 기록이었고 최다 피홈런 경기였다.
그 빠른 구속을 갖고도 탈삼진은 4개 밖에 뽑아내지 못했고 난타 당했다. 하드히트도 11개나 헌납했다. 반면 류현진은 그린에 못 미치는 구속에서도 최고의 결과를 만들었다. 이날 두 선수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 기준으로 구속 차이는 11마일(17.7km)에 달했다. 구속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류현진이 확실하게 알려준 경기였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