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역사에 손꼽힐 만한 대반등이다. 개막 50경기까지 10위 꼴찌였던 팀이 75일 만에 2위로 무려 뛰어올랐다. 10연속 위닝시리즈에 후반기 승률 8할대(.808). KT의 마법 같은 기세가 멈출 기미를 안 보인다.
지난 20일 대전 한화전을 3-0으로 승리한 KT는 지난달 11일 고척 키움전을 시작으로 최근 10연속 위닝시리즈에 성공했다. 지난 2005년, 2010년 삼성이 두 차례 기록한 역대 최다 11연속 위닝시리즈에 다가섰다. 이 기간 KT는 4번의 3연전 스윕도 있었다.
6월2일까지 16승30패2무(승률 .348)로 승패 마진이 -14였던 KT이지만 80일이 흐른 21일 현재 58승46패2무(승률 .558)로 +12까지 올라왔다. 6월3일 수원 두산전부터 최근 58경기 42승16패(승률 .724)로 가공할 만한 성적을 냈다. 특히 후반기에는 연패 한 번 없이 26경기 21승5패(승률 .808)로 폭풍 질주 중이다.
지난 2019년 부임 후 5년째 KT를 이끄는 이강철 감독도 “-14에서 +12까지 왔으니 26승을 더한 것이다. (후반기) 승률이 8할이다. 내가 봐도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라며 놀라워했다. 매년 시작이 좋지 않아도 후반으로 갈수록 무서운 뒷심을 발휘한 KT인데 올해는 진짜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시즌 초반부터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끊이지 않았고, 지금까지 개막 이후 한 번도 베스트 전력을 가동하지 못했다.
하지만 KT에는 시련 극복의 경험과 저력이 있었다. 고참들을 중심으로 포기하지 않고 힘을 모은 선수들에게 공을 돌린 이강철 감독은 결정적인 반등 계기로 두 가지를 꼽았다. 지난 6월 대체 외국인 투수로 재영입한 윌리엄 쿠에바스와 앞서 5월에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에서 데려온 내야수 이호연이다.
2021년 첫 우승 주역인 쿠에바스는 복귀 후 11경기(67⅓이닝) 7승 무패 평균자책점 2.81로 한층 향상된 투구를 하며 KT의 선발 야구를 이끌고 있다. 쿠에바스가 선발로 나온 11경기에서 KT는 9승2패를 거뒀다. 올 시즌 롯데에서 2군에만 있었던 이호연도 KT에 와서 야구 인생이 꽃을 피웠다. 55경기 타율 2할8푼3리(152타수 43안타) 3홈런 15타점 OPS .700으로 팀에 새 활력소가 됐다.
두 선수 영입 모두 프런트 최고 결정권자의 빠른 결정과 실무진의 기민한 움직임이 있어 가능했다. 이 감독은 “쿠에바스가 와서 선발진이 안정된 게 정말 크다. 초반에는 보 슐서가 좋지 않아 머리가 아팠다. 어려운 상황에서 (신현옥) 사장님이 교체를 빨리 결정해주셨다. 사장님께 감사하다”며 “이호연 트레이드도 (나도현) 단장님이 잘해주신 것이다. 이호연과 쿠에바스가 들어오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했다”고 공을 돌렸다.
지난 2015년 10개 구단 체제가 시작된 뒤 8년간 개막 50경기까지 꼴찌로 처진 팀은 모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그 중 4개팀은 꼴찌로 반등 없이 끝났다. KT도 외부에서 봤을 때는 절망적이었지만 내부적으로 포기하지 않았다. 현장뿐만 아니라 프런트도 포기하지 않고 뒷받침하며 지원 사격했다. 현장과 프런트가 한 곳을 바라보고 합심하면서 KBO리그에 유례 없는 대반격 드라마가 쓰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