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출신 외국인 선수 중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역수출 신화’ 투수 메릴 켈리(35·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2년 연속 10승을 달성했다. KBO리그 출신 투수가 메이저리그에서 2년 연속 10승을 거둔 것은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 이후 처음이다.
켈리는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등판, 5⅓이닝 5피안타(2피홈런) 4볼넷 3탈삼진 3실점으로 막았다. 평소보다 투구 내용이 좋지 않았지만 타선 지원을 받아 애리조나가 6-4로 승리, 켈리도 시즌 10승 고지를 밟았다.
지난해 13승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로 2019년 13승 포함 메이저리그에서 개인 3번째 10승이다. 지난 6월20일 밀워키 브루어스전 이후 52일, 7경기 만에 거둔 승리라 기쁨 두 배였다. 6월말 오른쪽 종아리 염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라 한 달간 공백기가 있었고, 승운도 따르지 않았던 켈리이지만 이날 마침내 아홉수를 극복했다.
토종, 외국인 가리지 KBO리그 출신 투수가 메이저리그에서 2년 연속 10승을 달성한 것은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출신 켈리가 두 번째. 앞서 한화 이글스 출신 류현진이 LA 다저스 시절인 2013~2014년 2년 연속 14승을 거뒀다. 2021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14승을 기록한 두산 베어스 출신 크리스 플렉센(콜로라도 로키스)은 지난해 8승으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에 실패했다.
1회 시작부터 켈리는 같은 KBO리그 출신 김하성에게 선두타자 홈런을 맞았다. 2구째 포심 패스트볼이 몸쪽 높게 들어갔는데 김하성의 배트를 피하지 못했다. 김하성의 시즌 16호 홈런. 김하성은 지난해 9월7일에도 펫코파크에서 켈리에게 홈런을 친 바 있다. 2년 연속 켈리 상대 홈런.
이어 매니 마차도에게도 솔로 홈런을 맞아 1회에만 2실점한 켈리는 2회 2사 1,2루에서 김하성을 유격수 땅볼 유도하며 위기를 넘겼다. 3회에도 1사 1루에서 마차도를 병살 유도한 켈리는 4회 2사 후 연속 안타를 맞아 1실점했지만 6회 1사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5회에는 김하성을 3구 삼진 처리.
총 투구수 102개로 스트라이크(56개), 볼(46개) 차이가 크지 않았다. 평소에 비해 커맨드가 무척 나쁜 날이었지만 무너지지 않고 버텼다. 최고 94.6마일(152.2km), 평균 92.1마일(148.2km) 포심 패스트볼(41개) 외에도 커터(18개), 체인지업, 싱커(이상 16개), 커브(7개), 슬라이더(4개) 등 6가지 구종을 고르게 구사했다.
평균자책점이 3.05에서 3.31로 올랐지만 이 부문 내셔널리그(NL) 3위를 유지했다. 1위 블레이크 스넬(샌디에에고·2.65), 2위 저스틴 스틸(시카고 컵스·2.80) 다음으로 차이가 조금 있긴 하지만 타이틀 경쟁권이다. 지난 2019년 NL 1위였던 다저스 류현진(2.32) 이후 KBO리그 출신 투수로는 두 번째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도 불가능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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