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일 만에 10위에서 2위로 뛰어오른 KT에 운까지 따르고 있다. 후반기 21승5패로 무려 8할대 승률(.808)을 질주 중인 KT가 상대의 실책으로 1승을 더했다.
시즌 초반 부상자들이 속출하며 10위 꼴찌로 추락했던 KT. 부상 선수들이 하나둘씩 돌아온 가운데 대체 외국인 투수로 돌아온 윌리엄 쿠에바스와 트레이드로 롯데에서 데려온 내야수 이호연이 투타에서 새로운 활력소가 되며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강철 KT 감독은 “초반에는 ‘이렇게도 지는구나’ 싶었다면 요즘은 ‘이렇게도 되는구나’ 싶다”고 말했다. 전력이 정상 가동되고 있는 것도 크지만 적절하게 운이 따르면서 폭발적인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20일 대전 한화전도 그런 경기였다. 6회까지 0-0 팽팽한 투수전 흐름에서 KT가 균형을 깼다. 7회 선두타자로 나온 문상철이 한화 선발 펠릭스 페냐의 바깥쪽 낮은 직구를 밀어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시즌 8호 홈런.
1점을 선취하며 계속된 공격에서 KT는 오윤석의 안타와 배정대의 좌익선상 2루타로 추가점을 내며 상대 선발 페냐를 강판시켰다. 1사 2루에서 한화는 필승조 김범수를 투입했지만 초구에 폭투가 나왔고, 배정대가 3루까지 갔다.
계속된 1사 3루 김민혁 타석에서 KT 벤치의 작전이 나왔다. 볼카운트 2-1에서 김민혁이 배트를 반으로 잡고 번트를 댔다. 스퀴즈 작전이었지만 번트가 투수 정면으로 떴다. 김범수가 마운드 앞에서 점프 캐치를 했다. 홈을 노리던 3루 주자 배정대도 중간 지점에서 그대로 얼어붙었다. 더블 아웃으로 이닝이 끝날 상황.
그런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장면이 나왔다. 번트 타구를 잡은 김범수가 몸을 틀어 3루로 던지는 과정에서 그만 발이 미끄러진 것이다. 김범수는 넘어지면서 3루로 공을 던졌지만 송구가 빗나갔다. 한화 3루수 노시환이 몸을 던졌지만 바운드가 애매하게 갔고, 뒤로 빠진 공은 파울 지역으로 굴러갔다.
그 사이 배정대가 다시 3루로 달려 베이스를 밟았다. 번트 뜬공이었기 때문에 홈에 들어오기 위해선 3루를 찍고 태그업을 해야 했다. 한화 좌익수 최인호가 백업을 들어왔지만 송구를 하기에 늦었다. 재빨리 3루를 찍은 배정대가 홈으로 슬라이딩해서 들어왔다. 3-0으로 스코어가 벌어지면서 경기 분위기도 KT 쪽으로 완전히 넘어왔다.
번트가 희생플라이처럼 됐는데 기록은 투수 김범수의 송구 실책. 만약 김범수가 미끄러지지 않고 3루로 정확하게 송구했다면 더블 아웃으로 이닝이 끝나는 상황이었다, KT의 흐름이 꺾이면서 한화도 남은 3번의 공격 기회에서 반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했고, 자칫 흐름이 끊길 뻔한 KT가 3-0 승리로 웃었다.
지난달 11일 고척 키움전부터 10연속 위닝시리즈에 성공한 KT는 58승46패2무로 2위 자리를 지켰다. 반면 주말에 외국인 투수들을 선발로 내고도 2연패를 당한 한화는 42승55패6무로 8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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