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승률 8할(20승5패). 75일 만에 10위에서 2위로 대반등한 KT 야구가 이렇게 잘 풀릴 수 없다.
연장 접전 끝에 5-4로 역전승한 지난 19일 대전 한화전도 그랬다. 4-4 동점으로 맞선 연장 10회초 KT는 선두타자 배정대가 좌측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김상수 타석 때 3루 도루에 성공했다. 2루 견제에 걸릴 뻔한 상황이었지만 배정대의 순간 판단이 실수를 센스로 바꿨다.
KT 김상수가 보내기 번트 동작을 취했고, 한화 박상원-최재훈 배터리는 초구에 바깥쪽 슬라이더로 공을 뺐다. 한화 유격수 하주석이 2루 베이스로 향했다. 2루 주자를 잡기 위한 작전이었고, 배정대가 여기에 딱 걸렸다. 포수 최재훈이 기다렸다는 듯 2루로 빠르게 송구했다.
보통 주자였다면 그대로 견제에 걸려 아웃이 될 상황. 그런데 배정대의 순간 기지가 상황을 바꿨다. 2루로 돌아가지 않고 최재훈이 송구하는 순간 3루로 뛰어들었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3루에 들어가며 도루에 성공한 것이다.
무사 2루에서 무사 3루로 바뀌자 한화 투수 박상원이 압박을 받았다. 포크볼이 주무기인 투수인데 주자가 3루에 있으면서 폭투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2구째 포크볼이 원바운드가 되면서 더더욱 어렵게 됐다. 다음 3개 공은 모두 직구로 들어갔고, 김상수가 노림수를 갖고 들어가면서 우중월 3루타로 연결했다. 이날 경기 결승타.
20일 한화전을 앞두고 만난 이강철 KT 감독은 이 상황에 대해 “정대가 ‘감독님 큰일 날 뻔 했습니다’라고 하더라. 상대 수비에 걸렸지만 정대가 한 수 더 위였다. 무조건 잡히는 상황이었는데 정대가 판단을 잘했다. 야구가 되려니까 그렇게 된 것이다”며 웃었다.
앞서 추격 과정에서 7회 두 번의 대타 작전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2-4로 뒤진 7회 김민혁이 대타로 나와 좌전 안타로 포문을 연 뒤 오윤석의 좌익선상 2루타로 연결된 무사 2,3루에서 대타 박병호가 2타점 중전 적시타를 터뜨려 4-4 동점이 됐다.
이강철 감독은 “7회가 대타 타이밍이라고 보고 다 준비시켰다. 처음에 박병호를 대타로 먼저 쓰려고 했는데 타격코치가 김민혁부터 쓰자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결과가 좋았다”며 김강, 유한준 타격코치에게 공을 돌렸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