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차명석 LG 트윈스 단장이 유튜브에 출연했다. 심수창과 정용검이 함께 하는 채널 ‘스토킹’이다. 단장으로 부임한 직후의 에피소드다. 애증(?)이 얽힌 제자 임찬규와의 티키타카다.
임찬규 “단장님이랑 저는 앞으로 이런 관계가 좋을 것 같아요.”
차명석 “뭔데?”
임 “아시잖아요. 송대관-태진아, 정준호-신현준. 그리고 임찬규-차명석.”
차 “꼭 지 이름을 앞에다 둬요. 차명석-임찬규라고 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좌중에 폭소가 터진다.
첫 만남부터 남달랐다. 역시 차 단장의 기억이다.
“(2군 코치 때) 막 입단한 고졸 신인 4명과 가을 캠프 참가를 위해 플로리다로 함께 갔어요. 모두 초면이었죠. (비행기 좌석에) 나란히 앉아서 가는데, (임찬규가) 12시간 동안 한 번도 안 쉬고 이것저것 묻더라구요. 어차피 데리고 있을 투수라고 생각해서 다 받아줬어요. 그런데 도착해서 묻는 거예요. ‘근데 코치님, 무슨 코치세요.’ 12시간을 그렇게 떠들고 나서 말이죠. (기가 막혀서) ‘너 내 이름은 아냐?’ 하고 물어봤어요. 걔가 그런 애예요. 그때부터 악연이죠.”
임찬규(30)가 10승을 채웠다. 3년 만의 두 자릿수 승리다. 19일 랜더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 5회까지 2실점으로 막았다. 볼넷 3개를 주고, 삼진은 4개를 빼냈다. 올 시즌 22경기에서 104이닝 동안 기록한 평균자책점(ERA)은 3.55다. 10승을 넘긴 것은 이번이 세 번째(2018, 2020년)다.
경기 후 소감이 뜻밖이다. 웃음 코드는 사라졌다. 겸손함으로 무장한 코멘트다. “팀이 이겨서 다행입니다. 최근에는 제가 잘했다기보다 우리 팀 타자들과 수비의 도움이 컸습니다. 감독님께서도 기회를 많이 주신 덕도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박자가 맞아떨어져서 이뤄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셨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임찬규)
개막 때 보직은 불펜이었다. 선발에 자리가 없던 탓이다. 하지만 김윤식, 이민호 등이 잇따라 이탈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에게 순서가 돌아왔다. 그리고 호투를 이어가며 5월까지 5승을 달렸다. 전반기 1위의 1등 공신으로 꼽혔다.
하지만 6~7월이 힘들었다. 7차례 등판에 1승 1패, ERA는 5.02로 부진했다. 반등은 8월에야 이뤄졌다. 4번의 선발 기회에서 모두 승수를 추가했다. ERA는 4.35였지만, 책임 이닝을 잘 버텼다. 자신의 말처럼 타선과 수비의 지원을 받은 덕이 컸다.
아무튼 10승이다. 쉽게 볼 숫자는 아니다. 10개 팀 전체를 따져도 공동 4위다(1위는 에릭 페디 15승). 국내파로 제한하면 더 돋보인다. 고영표, 이의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최다승 투수다. 곽빈(9승), 안우진, 최원태, 문동주(이상 8승)가 모두 발아래다.
한편으로는 난감한 상황이다. 적어도 태진아, 신현준에게는 그럴지 모른다. 티키타카의 단짝 차명석(54) 단장 말이다.
일찍이 임찬규를 이렇게 저격(?)했다. “(시즌 초 활약에 대해) 한마디 했어요. 본인은 저 보면 자꾸 뭐, 언제 계약할 거냐고 물어보는데. 저는 그런 말을 잘 쓰거든요. 사람이 죽기 전에 건강이 잠깐 회복돼요. 회광반조(回光返照)라고, ‘넌 아무리 봐도 그건 거 같다’. 그랬더니 ‘앞으로 후회할 짓 하지 마시라고, 내가 언제까지 이 팀에 있는 것 아니라고’ 엄포를 놓고 가더라구요.” (차명석)
물론 본심은 따로 있다. “정말 잘 해줬습니다. 임찬규가 없었으면 1위 하기 쉽지 않았죠. 분명히 전반기 수훈 선수는 임찬규입니다.” (차명석)
하지만 긴장할 일이다. 골치는 아픈 작업이 될 게 뻔하다. 잡아야 할 선수가 하나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FA로 풀리는 함덕주가 있다. 새로 영입한 최원태도 다년 계약을 고려 중이다. 여기에 임찬규의 주가도 상승세다. 지난해 FA 재수를 택한 아픈 손가락이다. 모른 체하기 어려운 사정들이다. 샐러리캡(팀 연봉 총액 상한선)이 아른거린다.
하긴. 나중 일이다. 일단 목표 달성이 우선이다. 30년 가까운 숙원을 풀어야 한다. 그것만 이뤄지면 된다. 그다음은 즐거운 고민이다. “앞으로 후회할 짓 마시라”는 엄포쯤이야 얼마든지 웃어넘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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