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외국인 타자 잔혹사가 마침표를 찍을 것 같다. 대체 외국인 타자 닉 윌리엄스(30)가 100타석을 기점으로 급격한 상승세를 타며 한화 타선에 큰 힘을 불어넣고 있다.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거포 브라이언 오그레디(31)가 22경기 타율 1할2푼5리(80타수 10안타) 무홈런 8타점 OPS .337로 극도의 부진을 보이며 두 번의 2군행 끝에 5월31일 방출됐다. 대체 선수로 점찍은 선수들이 줄줄이 메이저리그에 올라가는 우여곡절 속에 한화는 6월18일 멕시칸리그에서 뛰던 윌리엄스를 영입을 확정지었다.
그러나 윌리엄스도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면서 한화에 시름을 안겼다. 지난 9일까지 24경기 타율 1할7푼9리(95타수 17안타) 3홈런 9타점 OPS .512로 오그레디보다는 낫지만 타격 생산력이 너무 저조했다. 변화구는 곧잘 쳤으나 빠른 공에 대한 약점이 뚜렷했다. 볼넷 1개를 얻는 동안 삼진 30개로 선구안도 좋지 않았다.
결국 상대 투수에 따라 선발 라인업에서도 제외되며 조정 작업에 들어갔다. 히팅 포인트가 너무 뒤에 있다 보니 타이밍이 계속 늦었고, 힘 있는 타구가 생산되지 않았다. 테이크백 시간을 줄이면서 히팅 포인트가 앞에 형성되기 시작했고, 100타석을 채운 지난 11일 대전 두산전부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날부터 19일 대전 KT전까지 최근 8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펼치고 있는 윌리엄스는 이 기간 타율 4할(35타수 14안타) 1홈런 9타점 OPS .992으로 급반등했다. 최근 6경기 연속 타점으로 볼넷은 없지만 삼진도 1개로 줄였다. 지난 15일 창원 NC전에선 처음으로 직구를 쳐서 홈런을 만들어냈다. 15일 NC전부터 최근 5경기 타순도 2번으로 전진 배치돼 ‘홈런 1위’ 노시환 앞에서 득점 기회를 연결하고 있다.
시즌 타율 2할3푼8리(130타수 31안타), OPS .644로 끌어올린 윌리엄스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적응에 오랜 시간이 걸린 게 사실이다. 성적이 좋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고, 걱정도 많았는데 단순하게 생각하며 즐기는 마음으로 하고자 했다. 그러면서 (테이크백) 조정을 하고, 어느 정도 리그 적응이 되면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어느덧 한국에 온 지도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윌리엄스는 “한국 생활이 정말 행복하다. 한화 구단 사람들과 동료 선수들, 야구장 주변에서 만난 모든 분들이 내게 따뜻하게 대해줬다.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나를 도와주려고 하는 것에 큰 감동을 받았다. 지난 몇 달이 나에게 있어 굉장한 배움의 시간이 됐다”고 고마워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윌리엄스가 100타석을 지나면서 어느 정도 적응이 된 것도 있고, 마음의 안정도 찾은 것 같다. 윌리엄스는 어디 놀러다니는 캐릭터도 아니다. 그동안 야구도 잘 안 되고, 가족 없이 혼자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가족들도 한국에 들어왔으니 점점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