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투수에게 3연투도 금기시 되는 현대야구에서 4연투까지 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롯데 자이언츠의 불펜 최고참 김상수(35)는 투혼으로 팀의 불펜진을 지탱하고 있다. 방출 영입생이지만 FA 선수보다 나은 활약을 펼쳐주고 있다.
김상수는 지난 18일 고척 키움전, 3-2로 앞선 7회 등판해 1이닝 1볼넷 무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13번째 홀드를 챙겼다. 그러나 김상수의 뒤를 이어 받은 한현희가 이주형에게 역전 스리런 홈런을 허용하면서 팀은 4-5로 패했다. 5연승 도전에 실패했고 5할 승률 복귀도 무산됐다. 팀이 패하면서 김상수의 4연투 투혼이 무색해졌다.
롯데는 15~18일 열린 사직 SSG 3연전을 스윕 했지만 모두 경기 중후반까지 필승조가 투입되어야 하는 접전이었다. 17일 경기는 15-4의 대승을 거뒀지만 8회말 9점을 내기 전까지는 6-4로 근소한 리드를 안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김상수는 물론 최준용 구승민 등 필승 셋업맨들도 17일까지 3연투를 펼쳤다. 18일 경기에서도 접전 상황이라면 낼 수 있는 투수가 전무했다.
선발 찰리 반즈는 6이닝 동안 102개의 공을 던지며 7피안타 2볼넷 5탈삼진 2실점(1자책점)으로 제 몫을 하고 내려갔고 점수 차는 3-2에 불과했다. 우려했던 상황이 결국 벌어졌다. 살얼음 리드 상황이었지만 마무리 김원중과 필승조 불펜을 제외하고는 7회 1점차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투수가 없었다. 그나마 김상수가 3연투 기간 적은 이닝과 적은 투구수를 기록했다. 15일 ⅓이닝 10구, 16일 ⅓이닝 7구, 17일 1이닝 20구를 기록했다.
결국 김상수가 7회를 책임질 적임자로 선택을 받았다. 선두타자 김혜성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도슨을 1루수 땅볼, 김휘집을 1루수 병살타로 솎아내면서 3타자로 깔끔하게 7회를 지웠다. 투구수도 13개로 부담스럽지 않게 이닝을 매듭지었다.
김상수는 지난 10일 고척 키움전에서 좌측 종아리 근육 미세 파열 부상으로 4일 간 휴식을 취하고 마운드로 돌아왔지만 곧바로 4연투의 투혼을 선보였다. 상황상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은 참작할 수 있었다.
지난해 SSG에서 방출된 김상수는 복수의 팀들의 제안을 뿌리치고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연봉은 1억1000만 원. 2019년 KBO 최초 40홀드 홀드왕 기록을 세운 김상수였지만 방출 이후 롯데에서 백의종군을 선언했고 다짐을 결과로 증명하고 있다. 올해 롯데는 FA를 비롯해 많은 방출생들을 영입했는데 김상수는 이들 가운데서 최고의 영입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54경기 4승1패 1세이브 13홀드 평균자책점 3.54(40⅔이닝 16자책점)의 성적.
팀은 물론 리그에서도 최다 경기에 등판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이날 4연투는 물론 3연투도 올해 3차례나 펼치며 마당쇠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등판 상황이 편했다고 볼 수도 없다. 리그에서 5번째로 많은 승계주자(34명)를 이어 받았지만 실점은 5점에 불과했다. 승계주자 실점률은 14.71%에 불과하다. 30명 이상의 승계주자를 이어받은 투수들 가운데 SSG 고효준(35명 중 4명, 11.43%)에 두 번째로 낮다.
한현희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면서도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한 것은 물론, 김도규와 김진욱의 부진, 이민석의 부상 이탈, 서준원의 퇴단 등 김상수의 현재 역할을 해줘야 할 선수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모두 1군에 없다. 김상수가 없었으면 올해 롯데 불펜이 얼마나 처참했을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