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은성 선배님 덕분에 잘하고 있다.”
올 시즌 일약 MVP 후보로 급성장한 ‘홈런 1위(28개)’ 노시환(23·한화)이 빼놓지 않고 말하는 팀 내 선배가 있으니 바로 채은성(33)이다. 지난해 시즌을 마치고 6년 최대 90억원 FA 계약으로 한화에 온 채은성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노시환의 멘토가 됐다.
지난해까지 자기만의 루틴이 확실하게 정립되지 않았던 노시환은 채은성의 웨이트 트레이닝 파트너가 된 뒤 그가 하는 루틴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 시즌 중에도 이틀에 한 번씩 웨이트를 꾸준히 소화했다. 날이 더워지면서 3일에 한 번으로 웨이트 훈련을 줄이며 유연하게 체력 관리를 한다. 노시환은 “은성 선배님 따라 웨이트를 꾸준하게 하니 체력적으로 지치지 않는다. 이제는 웨이트를 안 하면 이상하다. 선배님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채은성과 루틴을 지키기 위해 노시환은 대전 홈에서 야구장에 누구보다 일찍 출근한다. 원정 기간에도 전날 야간 경기를 마친 뒤 기상하자마자 졸린 눈을 비벼가면서 숙소 내 웨이트장을 찾는다. 채은성 FA 효과다. 한화 관계자들은 “채은성이 야수진 리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누구보다 성실하고, 야구도 잘하니 어린 선수들이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한목소리로 찬사를 보낸다. 성격이 착하기로 소문난 선수이지만 가끔은 싫은 소리도 하며 팀 내 분위기를 다잡는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한화가 거액을 들여 채은성을 FA 영입한 것은 타선 강화를 위한 목적이 가장 크지만 이런 덕아웃 리더로서의 모습도 기대했다. 리빌딩 과정에서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들이 많다 보니 팀 내 구심점이 마땅치 않았다. 야구를 잘하면서 모범을 보일 수 있는 선수가 필요했는데 그게 바로 채은성이었다.
지난 18일 대전 KT전에서도 채은성은 4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스리런 홈런을 터뜨리며 한화의 11-6 승리를 이끌었다. 8회 쐐기 적시타까지 더해 2안타 4타점 활약. 이날까지 올 시즌 95경기 타율 2할8푼3리(371타수 105안타) 15홈런 61타점 OPS .811으로 노시환과 함께 한화 타선을 이끌고 있다.
경기 후 채은성은 “최근 햄스트링 부상도 있고, 타격감이 좋지 않았는데 코치님들이 많이 도와주셨다. 조금씩 타격 밸런스를 찾아가는 과정이다”며 “시즌이 이제 후반으로 향하고 있는데 생각한 것보다 시간이 빨리 지나가고 있다. (리더 역할이) 진짜 어려운 것 같다. 제 할 것 하기도 바쁜데 자기 야구를 잘하면서 후배들을 이끄는 게 쉽지 않다. 힘들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새삼 더 어렵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채은성은 LG 시절 자신을 이끌어준 선배 김현수를 떠올리면서 “LG 시절 가을야구도 하고, 여러 경험을 하면서 야구 보는 시야가 많이 넓어졌는데 한화에 와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지금껏 리더 역할을 해온 선배들이 대단한 것 같다. 특히 현수형이 진짜 대단하다. 후배들 챙기는 것도 현수형한테 많이 배웠다”며 고마워했다. LG는 지난 2018년 FA로 영입한 김현수가 후배들을 이끌고 웨이트 훈련 문화를 만들면서 강팀으로 도약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김현수 웨이트 멤버 중 한 명이 채은성이었다. 이제는 채은성이 노시환을 비롯해 한화 후배들에게 그 문화를 전수 중이다.
선수단 리더답게 채은성은 1군뿐만 아니라 2군 선수단도 잊지 않고 챙겼다. 얼마 전 퓨처스 선수단이 있는 서산에 커피차를 보내기도 했다. “(올스타전 MVP 기념으로) 휴식기 때 보내려고 했는데 타이밍이 맞지 않아 조금 늦었다”는 채은성은 “2군 후배들과 같이 운동한 적은 없지만 다들 고생하고 있는 것을 안다. (최)재훈이, (이)태양이도 한 번씩 커피차를 쏘길래 저도 힘내라는 의미에서 보낸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육성선수로 시작한 채은성도 2군 선수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노시환에 대해서도 채은성은 “제가 한 것은 없다. 시환이 본인이 알아서 잘한 것이다. 작년 마무리캠프 때부터 겨울 내내 스스로 고민을 많이 하면서 준비를 잘했다. 코치님들이 옆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줬기 때문에 시환이가 지금 이렇게 잘하고 있는 것이다. 전 옆에서 같이 으쌰으쌰한 것밖에 없다”며 웃은 뒤 “이제 시즌이 많이 남지 않았다. 하루하루 집중하면서 최대한 많이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