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괴물 투수가 떴다.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도 꼼짝 못한 채 얼어붙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우완 투수 저스틴 마르티네스(22)가 최고 102.7마일(165.3km) 광속구로 데뷔 첫 세이브를 거두며 괴물 등장을 알렸다.
마르티네스는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간) 샌디에이고와의 원정경기에 3-1로 앞선 8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등판했다. 토레이 로불로 애리조나 감독은 김하성 타석이 되자 좌완 카일 넬슨을 내리고 우완 마르티네스를 투입했다.
이날 등판 전까지 시즌 4경기 평균자책점 18.90에 불과한 신인 투수였지만 마르티네스는 마무리로 투입된 이유를 증명했다. 김하성에게 초구 바깥쪽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마르티네스는 2구째 몸쪽으로 99.6마일(160.3km) 포심 패스트볼을 넣었다. 김하성은 배트를 냈지만 타이밍이 밀려 1루 쪽으로 파울이 났다.
이어 3구째 몸쪽 스플리터가 몸쪽 낮은 볼이 되면서 볼카운트 1-2. 마르티네스는 4구째 공으로 102마일(164.2km) 포심 패스트볼을 뿌렸다. 바깥쪽 높게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왔지만 김하성은 배트를 내지 못하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루킹 삼진. 김하성은 고개를 숙인 채 배트를 잡고 아쉬운 표정으로 덕아웃에 들어갔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공이었다.
김하성만 당한 게 아니었다. 9회 매니 마차도도 1사 1루에서 마르티네스에게 삼진을 당했다. 초구 102.5마일(165.0km) 포심 패스트볼이 높게 들어왔지만 배트가 헛돌았다. 살짝 미소를 머금은 마차도는 2구째 몸쪽 낮게 떨어지는 스플리터에 또 헛스윙했다. 3구째 파울 이후 4구째 몸쪽 스플리터에 배트도 내지 못한 채 루킹 삼진 아웃됐다.
마르티네스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와 잰더 보가츠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2사 1,2루 위기에 몰렸지만 제이크 크로넨워스를 스플리터로 루킹 삼진 처리, 애리조나의 3-1 승리를 지켰다. 메이저리그 데뷔 4경기 만에 첫 세이브를 거둔 순간.
이날 마르티네스의 기록은 1⅓이닝 무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총 투구수 29개 중 스트라이크가 15개였다. 제구는 불안했지만 최고 102.7마일(165.3km), 평균 101.6마일(163.5km) 포심 패스트볼(18개) 중심으로 스플리터(8개), 슬라이더(3개)를 섞어 던졌다. 크로넨워스에게 던진 5구째 공이 102.7마일로 측정됐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으로 190cm, 81kg 체격 조건을 갖춘 우완 마르티네스는 17살이었던 지난 2018년 5월 애리조나와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했다. 이후 마이너리그에서 육성 과정을 밟았고, 2021년 토미 존 수술과 재활을 거쳐 돌아온 지난해부터 불펜으로 보직을 바꿨다.
올해 트리플A 레노 소속으로 37경기(40이닝) 모두 구원등판 2승1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4.28 탈삼진 55개를 기록했다. 지난달 8일 메이저리그 데뷔전도 치렀다. 4경기 3⅓이닝 8피안타(1피홈런) 5볼넷 1사구 4탈삼진 7실점 평균자책점 18.90으로 빅리그 벽을 실감하며 23일 트리플A로 다시 내려갔다. 그로부터 26일 만에 다시 콜업을 받았고, 이날 복귀전에서 첫 세이브를 거두며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13.50으로 낮췄다.
‘AP통신’을 비롯해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기 후 마르티네스는 “세이브 기회를 얻은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경험인데 세이브까지 했으니 축복이다”고 기뻐하며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나의 공을 던지는 데에만 집중했다. 9회 마운드에 오를 때도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로불로 감독도 “마르티네스가 정말 자랑스럽다. 오늘 아침에 비행기를 타고 이곳에 일찍 도착했다. 불펜에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마르티네스가 잘 해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우리도 즐거웠다”며 함께 기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