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주전 포수 유강남(31)은 지난 7월28일 광주 KIA전에서 좌측 내복사근 부상을 당했다. 3주 가량 자리를 비워야 했고 롯데는 주전포수가 없는 과거의 시간들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악몽이 대부분이었던 시간들이었다.
그러나 과거와 달라졌다. 현재 롯데의 안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해졌다. 백업 포수 역할을 맡은 정보근과 손성빈이 맹활약을 펼쳤 존재가 그립지 않을 정도였다. 특히 정보근은 유강남이 없는기간 안방마님 역할을 안정적으로 맡아준 것 한 것은 물론 타석에서 잠재력을 터뜨렸다.
유강남이 빠진 기간 동안 정보근은 15경기 타율 5할3푼3리(30타수 16안타) 1홈런 7타점 OPS 1.422로 맹타를 휘둘렀다. 재활이 막바지에 접어든 유강남 입장에서는 정보근의 맹타가 위협이 될 정도였다. 코칭스태프는 내심 유강남에게 자극제가 되기를 바랐고 포수진 간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정보근의 맹타에 유강남은 각성한 것일까. 지난 17일 사직 SSG전에서 복귀한 유강남은 3번 포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 1볼넷 맹타로 팀의 15-4로 대승을 거두는데 이바지했다. 아울러 이날 롯데는 불펜데이였지만 심재민과 한현희가 첫 5이닝을 2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유강남은 안방마님 자리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줬다.
이어 "보근이를 비롯한 후배들이 잘해주면서 좋은 효과가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팀에 믿을 수 있는 포수가 여러명 생기는 게 좋은 시너지 효과일 수밖에 없다. 포수는 체력 소모가 큰 포지션이다. 선발은 감독님이 선택하시는 것이지만 이런 부분도 좀 더 여유가 생기고 포수진이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웃었다.
'금강불괴'의 유강남이었지만 이렇게 부상으로 2주 넘게 이탈한 적은 오랜만이다. 유강남은 2016년 슬라이딩을 하다가 어깨 부상을 당하며 이탈한 시기가 있었다. 당시에도 약 2주 넘게 자리를 비웠다. 본인도 당황스러운 부상이었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그는 "7년 만인 것 같다. 그 전에는 슬라이딩을 하다가 다쳤고 지금은 원치 않는 부상이 갑자기 왔다. 그래서 당황스러웠다"라고 되돌아보면서도 "심각하지는 않아서 긍정적이었다. 몸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하늘의 메시지가 아니었나 생각한다"라고 했다.
올해 4년 80억 원에 FA 계약을 맺고 고향 서울을 떠나 부산으로 내려왔다. 부상이 야속하지만 한편으로는 FA 선수로서 잘해야 한다는 부담에 짓눌렸던 시간들에서 잠시 벗어나서 리프레시 할 수 있는 기간이었다.
전쟁터를 잠시 벗어나서 멀리 보려고 했다. 유강남은 이어 "너무 치열하게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야구를 해오다가 2주 남짓 쉬는 시간 동안 리프레시를 했고 여유를 찾은 것 같다"라고 설명하면서 "다른 팀에 왔고 새로운 팀에서 시도도 하고 새로운 목표를 갖고 치열하게 한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라며 "부상 기간이 나에게는 약이 됐다. 경기하는 것을 보면서 나 스스로도 느끼기도 하고 '내가 다시 1군에 가면 이렇게 해야겠다', '내가 그 전에는 이 상황에서 왜 그랬을까'라는 것들을 생각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일단 유강남이 쉬면서 부담을 털어내고 돌아왔고 유강남이 없을 때도 팀은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리고 유강남의 복귀와 동시에 팀은 스윕을 완성하는 대승을 거뒀다. 그는 "내가 없어도 팀이 잘했고 좋은 분위기에서 내가 올라왔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분위기를 탄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라고 되돌아봤다.
다시 상승세를 탔고 중위권 싸움은 더 치열해졌다. 롯데는 상승기류를 타고 올라가는 팀이 됐다. 유강남의 가세로 롯데도 완전체에 다다르고 있다. 가을야구가 다시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LG에서 큰 경기를 많이 치러본 유강남은 다시 한 번 선수들에게 책임감을 강조했다.
유강남은 "모든 선수들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상황이고 어떻게 야구를 해야 더 올라갈 수 있을지를 느낄 것이다. 어린선수들은 잘 모르니까 이런 부분도 계속 강조하고 분위기에 대해서 얘기해 주려고 노력할 것이다"라면서 "모든 선수들이 가을야구를 경험하면 더 좋아지고 경험도 더 쌓인다. 가을야구를 경험하고 싶다면 매 경기 더 집중해서 이기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든 선수가 롯데 팬분들을 위해서 매 경기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