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치고, 장구 치고, 혼자 다 했다. 삼성 구자욱이 지난 17일 대구 LG전에서 원맨쇼를 펼쳤다.
3번 우익수로 나선 구자욱은 1회 첫 타석에서 우중간 안타를 때려내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득점 찬스마다 해결사 본능을 발휘했다. 구자욱은 0-0으로 맞선 3회 1사 1,2루 찬스에서 중전 안타로 선취점을 올렸다.
1-0으로 앞선 5회 달아나는 투런 아치를 쏘아 올렸다. 2사 1루서 LG 선발 케이시 켈리와 볼카운트 1B-0S에서 2구째 직구(145km)를 잡아당겨 오른쪽 외야 스탠드에 꽂았다. 비거리는 105m. 구자욱은 7회 우전 안타를 추가하며 물오른 타격감을 뽐냈다.
이날 경기 전까지 97안타를 기록했던 구자욱은 4안타를 추가하며 9년 연속 100안타 고지를 밟았다. 삼성은 LG를 4-2로 꺾고 주중 3연전을 2승 1패로 마감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구자욱은 9년 연속 100안타 달성에 "부끄럽다"고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주전 선수로서 해마다 세 자릿수 안타를 때려내는 건 당연하다고 여긴 그는 "사실 안타 몇 개 쳤는지 잘 모른다. 팀이 이겨 기쁘다"고 말했다.
15일과 16일 경기에서 8타수 1안타에 그쳤던 구자욱은 이날 경기에서 득점 찬스마다 한 방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뽐냈다. "이제 행운이 끝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내려놓으니 행운이 다시 찾아온 것 같다"는 게 구자욱의 말이다.
타격 1위를 질주 중인 구자욱은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 타격 1위가 아니라 현재 리그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예전에 타격왕 경쟁을 했던 적이 있는데 의식하는 순간 무너지더라. 아마도 5경기 정도 남으면 의식하지 않을까. 가장 운이 좋은 타자가 타격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욱은 현역 시절 '적토마'라 불리며 공수주 3박자를 고루 갖춘 리그 최정상급 외야수로 명성을 떨쳤던 이병규 수석 코치로부터 여러가지 조언을 받는다. 그는 "후반기 들어 코치님과 대화를 많이 나눈다.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수 없지만 정말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다. 코치님께서 왜 잘치셨는지 알겠더라. 덕분에 후반기 들어 타격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오재일 대신 주장 중책을 맡게 된 그는 좋은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욱 커졌다. "(오)승환이 형을 비롯해 (우)규민이 형, (강)민호 형, (오)재일이 형 등 든든한 선배들이 후배들을 잘 다독여주시고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주신 덕분이다. 주장을 맡고 있지만 중간 역할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구자욱은 이어 "어릴 적엔 뜻대로 되지 않으면 인상을 찌푸리거나 방망이가 안 맞으면 덕아웃에서 분풀이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하면 후배들이 불편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의 저를 반성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다. 개인 성적보다 팀이 더 발전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먼저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