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4일 만에 온 기회였는데…세월 참 야속하다, 정우람 통산 200세이브 '-3' 그대로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08.18 08: 20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KBO리그 역대 통산 최다 등판(991경기) 기록을 쌓고 있는 정우람(38·한화). 역대 6번째 통산 200세이브 기록까지 3개 남았지만 쉽지 않다. 모처럼 찾아온 세이브 기회를 아깝게 놓쳤다. 천하의 정우람에게 세이브 1개가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 
정우람은 지난 17일 창원 NC전에 9-7로 앞선 8회 투입됐다. 선두타자 제이슨 마틴을 주무기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잡은 정우람은 권희동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지만 윤형준을 우익수 뜬공, 김성욱을 직구로 헛스윙 삼진 돌려세웠다. 구속은 137km에 불과했지만 몸쪽 낮게 들어간 공에 김성욱의 배트가 헛돌았다. 
8회 22개의 공을 던진 정우람은 9회에도 마운드로 향했다. 불펜 필승조 장시환, 주현상, 김범수 그리고 마무리 박상원까지 지난 15~16일 NC전 연투로 이날 불펜 대기를 하지 않았고, 정우람에게 멀티 이닝과 함께 세이브 기회가 왔다. 정우람은 통산 9번의 2이닝 이상 세이브 기록이 있었다. 

17일 창원 NC파크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한화 이글스 정우람이 9회말 1사 1루 NC 다이노스 손아섭에게 좌월 동점 2점 홈런을 맞고 고개를 떨구고 있다. 2023.08.17 / foto0307@osen.co.kr

17일 창원 NC파크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한화 이글스 정우람이 역투하고 있다. 2023.08.17 / foto0307@osen.co.kr

정우람의 가장 최근 세이브는 지난해 4월10일 대전 KT전. 지난해 유일한 세이브 기록으로 마무리 자리를 내려놓은 뒤 중간계투로 최근 2년간 13홀드를 거뒀다. 긴 시즌을 치르다 보면 세이브 기회가 한두 번 찾아올 것으로 보였는데 이날 NC전이 정우람에게 바로 그 순간이었다. 
494일 만에 찾아온 세이브 기회. 정우람을 누구보다 따르는 후배 박상원도 가만히 있지 않고 힘을 불어넣었다. 덕아웃에서 마운드로 향하는 정우람에게 뚜껑을 따서 생수병을 전했다. 정우람은 후배가 준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 박대온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정우람은 다음 타자 김주원에게도 잘 맞은 타구를 허용했다. 하지만 2루수 이도윤이 몸을 날려 타구를 옆에 떨어뜨린 뒤 재빠른 후속 동작으로 2루 토스를 하며 1루 주자를 잡아냈다.  
그러나 계속된 1사 1루에서 뼈아픈 홈런 한 방을 맞고 말았다. 볼카운트 1-1에서 손아섭 상대로 던진 3구째 137km 직구가 바깥쪽 높은 실투가 됐다. 손아섭이 힘껏 밀어친 타구가 좌측 담장 밖으로 넘어갔다. 비거리 110m, 손아섭의 시즌 5호 홈런. 9-9 동점이 되면서 정우람은 시즌 첫 블론세이브를 기록하고 말았다. 
17일 창원 NC파크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한화 이글스 정우람이 역투하고 있다. 2023.08.17 / foto0307@osen.co.kr
한화 정우람. 2023.06.13 / foto0307@osen.co.kr
다음 타자 박민우에게 투수 글러브를 맞고 유격수 쪽으로 굴절된 내야 안타를 허용한 정우람은 박건우에게 볼넷을 내준 뒤 1사 1,2루에서 강판됐다. 다음 투수 김규연이 실점 없이 9회를 넘어가면서 정우람은 1⅓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2실점으로 마쳤다. 투구수 44개는 올해 정우람 개인 최다 기록. 경기는 한화가 연장 10회 김수윤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9-10으로 역전패했다. 최근 3연승 행진 마감. 
지난 2004년 데뷔해 올해로 20년차가 된 베테랑 정우람은 KBO리그 역대 최고의 불펜투수 중 한 명이다. 991경기(969이닝) 64승47패197세이브143홀드 평균자책점 3.14 탈삼진 932개. 역대 통산 세이브 6위, 홀드 4위로 정대현(106세이브·121홀드)과 함께 2개 부문에서 모두 100개 이상 기록한 유이한 투수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선수 생활 내내 큰 부상을 당하지 않은 정우람은 남다른 내구성과 철저한 자기 관리로 30대 후반까지 롱런하고 있다. 38세인 올해도 1군 불펜투수로 있지만 세월을 무시할 순 없다. 예전 같은 날카로움을 기대하기 어렵다. 올 시즌 성적은 39경기(32이닝) 1패6홀드 평균자책점 4.78. 나쁘지 않은 기록이지만 정우람 이름에 어울리진 않는다. 
KBO리그 최초로 대망의 1000경기 등판까지 ‘-9’. 본격적인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지만 200세이브까지 남은 ‘-3’은 쉽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494일 만의 세이브 기회를 놓친 이날 NC전이 두고두고 아쉬울 듯하다. 
한화 정우람을 비롯한 투수조가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3.04.07 /jpnews@osen.co.kr
한화 정우람. 2023.07.21 /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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