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우완 파이어볼러 워커 뷸러(29)는 지난 2018년 내셔널리그(NL) 신인상 3위를 차지했다. 24경기(137⅓이닝) 8승5패 평균자책점 2.62 탈삼진 151개로 활약했지만 1위표는 딱 1표에 그쳤다. 1~2위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후안 소토(당시 워싱턴 내셔널스, 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게 밀렸다. 두 선수 모두 외야수.
뷸러에겐 그때 아쉬움이 아직도 남아있는 모양이다.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CBS스포츠’는 ‘뷸러가 투수만을 위한 신인상이 만들어지길 원한다. 각 리그별로 신인상은 1명씩 수여되는데 뷸러는 투수와 타자를 위한 별도의 신인상을 바란다’고 전했다.
지난해 토미 존 수술을 받은 뒤 재활 중으로 내달 복귀를 목표로 하는 뷸러는 이번 주초 팟캐스트 ‘저스트 베이스볼쇼’에 출연해 이 같은 의견을 냈다. 뷸러는 “신인을 위한 사이영상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받아야 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난 아쿠냐 주니어, 소토 다음으로 신인상 3위였다. 두 선수 모두 세대를 뛰어넘는 선수들이지만 공을 던지진 않았다. 그럼 난 누구와 경쟁한 걸까? 최고의 신인 투수에겐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상을 주자”고 제안했다.
지난 1947년 메이저리그 최초 신인상 수상자였던 재키 로빈슨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올해의 신인상은 1987년부터 ‘재키 로빈슨 상’으로 명명됐다. 뷸러는 다저스 레전드 투수 발렌수엘라의 이름을 따서 올해의 신인 투수상을 따로 주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발렌수엘라는 1981년 NL 신인상, 사이영상을 석권하며 다저스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레전드로 지난주 등번호 34번이 영구 결번됐다.
뷸러가 이런 주장을 한 것은 메이저리그 신인상이 투수에게 불리하기 때문이다. 투타겸업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를 제외하면 2017년부터 최근 6년간 양대리그 신인상 12명 중 투수는 1명에 불과하다. 2020년 NL 신인상을 받은 불펜투수 데빈 윌리엄스(밀워키 브루어스)가 유일하다.
올해도 NL에선 외야수 코빈 캐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아메리칸리그(AL)에선 유격수 거너 핸더슨(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신인상 수상이 유력하다. 가장 최근 선발투수가 신인상을 받은 사례는 지난 2016년 AL 마이클 풀머(당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현 시카고 컵스). NL에선 2014년 제이콥 디그롬(당시 뉴욕 메츠, 현 텍사스 레인저스)이 마지막이다.
CBS스포츠는 ‘요즘 신인상 수상은 단순히 트로피를 받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올해의 신인 1~2위를 차지한 선수는 현역 로스터 등록 일수와 관계없이 서비스 타임 1년 자격을 부여받는다. 올해의 신인상을 리그별로 타자와 투수 1명씩 뽑는다면 더 많은 선수가 서비스 타임을 보장받기 때문에 선수노조는 당연히 좋아할 것이다’고설명했다.
지난해 3월 맺은 메이저리그 새 노사협약(CBA)에 따르면 올해의 신인 1~2위에 오른 선수들은 콜업 시기와 관계없이 서비스 타임 1년 등록 일수(172일)을 인정 받는다. 지난 2015년 시카고 컵스에서 NL 신인상을 받았으나 단 하루 차이로 서비스 타임 1년을 채우지 못해 FA 취득이 1년 미뤄진 크리스 브라이언트(콜로라도 로키스)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만약 투수 신인상이 따로 있었다면 지난해 AL 신인상 6위로 투수 중 유일한 득표자였던 조지 커비(시애틀 매리너스)가 서비스 타임 1년을 채워 FA 취득 기간을 앞당길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난해 커비는 21일이 모자라 서비스 타임 1년을 채우지 못했다.
CBS스포츠는 ‘서비스 타임 영향과 관계없이 뷸러의 아이디어가 마음에 든다. 타자와 투수 신인상을 분리하는 것에 찬성한다. 타석과 마운드에서 각각 최고의 활약을 한 선수에게 상을 주면 좋겠다’고 지지했다. 타자들이 거의 독식하는 MVP 외에 투수를 위한 사이영상이 따로 있는 것처럼 신인상도 투수와 타자가 따로 나눠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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