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대표하는 좌완 될 것이다".
KIA 타이거즈 좌완 이의리(21)가 2년 연속 10승을 따내며 본격적으로 에이스의 길로 들어섰다. 16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광주경기에서 6이닝 5피안타 9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고 승리를 따냈다. 한차례 아홉수를 겪었으나 무난하게 10승 고지를 밟았다.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 수 승리였다.
이의리는 강력한 포심과 구종가치가 뛰어난 체인지업을 던진다. 신인시절 스프링캠프에서 체인지업을 배워 주무기로 활용했다. 여기에 슬라이더와 커브까지 구사한다. 모두 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 구종이었다. 뛰어난 삼진능력을 앞세워 상대를 윽박질렀지만 제구 이슈가 항상 따라붙었다. 제구가 안되면 애간장 투구의 연속이었다.
2021년은 9이닝당 볼넷 5.32개였다. 2022시즌 4.32개로 1개를 줄였다. 이닝도 154이닝을 소화하며 규정이닝까지 돌파했다. 당당히 첫 10승을 따냈다. 2023시즌에 들어서자 제구가 급격히 흔들렸다. 전반기 16경기 73이닝동안 62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9이닝당 7.64개였다. 볼넷으로 만루를 자주 만들어주어 '만루변태'라는 꼬리표도 달았다.
그런데 후반기들어 급격하게 안정세를 찾고 있다. 4경기에서 6이닝-5이닝-6이닝-6이닝을 소화했다. 달라진 수치는 바로 볼넷이었다. 23이닝동안 8개의 볼넷을 내주었다. 9이닝당 3.13개로 확 줄었다. 볼넷이 줄어들면서 이닝소화력도 높아졌고, 3번이나 퀄리티스타트를 작성했다.
볼넷이 줄어든 이유는 투구 밸런스의 안정이었다. 일정한 릴리스 포인트에서 볼을 놓고 있다. 템포도 일정하다. 서두르지 않고 평정심을 갖고 있다. 포수 김태군을 만나면서 빠르고 적극적인 승부를 펼친 점도 있다. 그러자 타자들의 방망이가 빨리 나올 수 밖에 없었고 이닝도 착착 삭제할 수 있었다.
이의리는 제구를 되찾은 비결에 대해 "야구장에서 모든 행동 자체를 최대한 기복을 줄이려고 하고 있다. 마운드에서는 태군 선배를 믿고 따른다. 적절하게 (4개 구종을) 잘 써주신다. 나는 밸런스에만 신경 쓰고 대신 투구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제구가 되자 변화구들도 먹은대로 들어가고 있다. 최고 153km의 직구를 던지는 투수가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를 자유자재로 던지고 있는 것이다. 제구를 찾으면서 포피치가 더욱 위력적이다. "솔직히 4개 구종 다 잘 던는데 제구가 항상 문제였다. 제구가 좋다보니 변화구들이 잘 들어가는 것 처럼 보인다"며 웃었다.
이의리의 발전을 주목하는 눈들도 많다. 장차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의 뒤를 이어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염경엽 LG 감독은 "기본적으로 워낙 구위가 뛰어나다. 멘탈도 좋은 것 같다. 아직 3년 차라 기술적으로 늘지 않았을 뿐이다. 이제는 김광현과 양현종 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이 될 것이다"고 예언했다. 염 감독의 예언이 곧 실현될 태세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