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괴물 신인 투수 김서현(19)이 드디어 선발로 첫선을 보인다. 8사사구로 무너진 이후 6일 만에 선발 마운드에 오른다.
한화는 17일 창원 NC전 선발투수로 김서현을 예고했다. 올해 한화가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지명한 특급 신인 김서현의 데뷔 첫 선발등판. 앞서 1군 19경기 모두 구원으로 나섰고, 퓨처스에서 6경기 선발 수업을 받았다.
당초 지난 10일 수원 KT전에 선발 데뷔전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태풍 카눈이 북상하면서 우천 취소됐다. 이튿날인 11일 대전 두산전에 구원으로 대기한 김서현은 4회 3번째 투수로 투입됐다. 65일 만의 1군 등판이었지만 프로 데뷔 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0-7로 스코어가 벌어져 여유 있는 상황에 투입됐지만 2⅔이닝 3피안타 6볼넷 2사구 2탈삼진 4실점으로 난조를 보였다. 총 투구수 81개로 스트라이크(38개)보다 볼(43개)이 5개나 더 많을 정도로 제구가 말을 듣지 않았다. 4회 시작부터 초구 몸에 맞는 볼을 던졌고, 5회 2사 후 3연속 볼넷으로 흔들렸다. 6회에도 몸에 맞는 볼과 폭투, 볼넷으로 주자를 쌓은 뒤 교체됐다.
최고 156km, 평균 152km 직구(51개) 중심으로 커브(21개), 체인지업(9개)을 구사했다. 체인지업도 최고 144km까지 나올 만큼 공은 빨랐지만 제구가 되지 않으면서 자멸했다. 일찌감치 승부가 넘어간 뒤였고, 선발 빌드업을 위해 81개의 공을 던지다 보니 8사사구 경기가 되고 말았다. 경기 후 최원호 한화 감독은 “고생했다”는 말로 김서현을 격려한 뒤 “개선해야 할 부분을 잘 생각하고, 다음 등판에는 같은 일이 반복하지 않게 준비 잘하자”고 당부했다.
최원호 감독은 “어린 선수들은 뜻대로 안 될 때 자기 컨트롤하기 어렵다. 제구나 밸런스가 안 좋으면 빠르게 어떤 컨셉을 갖고 경기를 운영해야 하는데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그런 능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너무 세게만 던지려 하다 보니 몸이 다 벌어지고, 밸런스가 무너졌다”며 어린 강속구 투수들에게 흔히 볼 수 있는 성장통이라고 진단했다.
같은 팀 1년 선배 문동주도 그런 과정을 다 겪었다. 최 감독은 “동주가 안 좋을 때 모습도 비슷했다. 올해 5월까지 안 좋을 때 세게 던지려고 하는 모습이 있었지만 경험을 쌓으면서 타자 상대하는 요령이 향상됐다. 이런 건 경기를 꾸준히 하면서 터득할 수 있는 것이다”며 김서현에도 같은 발전을 기대했다.
문동주도 지난 6월13일 사직 롯데전(2⅔이닝 6실점)까지 시즌 첫 11경기에서 3승5패 평균자책점 4.36을 기록했다. 최고 160km 강속구를 뿌렸지만 대량 실점으로 한 번에 와르르 무너질 때가 꽤 있었다. 하지만 이후 9경기에서 최다 실점이 3점으로, 8경기에서 2실점 이하로 막으며 꾸준하게 안정감을 보이고 있다. 이 기간 4승2패 평균자책점 2.13으로 성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문동주는 “요즘은 경기 나갈 때 스피드를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스피드는 두 번째이고, 타자와 어떻게 싸우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경기를 계속 하면서 던지다 보니 요령을 어느 정도 터득하고 있다. 마운드에서 타자와 승부나 상황을 읽는 방법이 조금 생겼다”고 말했다.
문동주도 지난 5월13일 문학 SSG전에서 2⅓이닝 7피안타 3볼넷 2사구 7실점으로 크게 무너진 경기가 있다. 이런 시련을 통해 교훈을 얻었고, 성장 발판으로 삼았다. 문동주와 같은 5억원의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김서현에게도 그만한 재능이 있다. 8사사구 이후 첫 선발이지만 김서현도 문동주처럼 못할 것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