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의 새 외국인 투수 태너 털리(29)는 한국에 오기 전 미국에서 먼저 KBO리그 공인구를 손에 넣었다. NC 출신으로 올해 미국 메이저리그에 돌아간 투수 드류 루친스키(35·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태너에게 공인구를 직접 전달한 것이다.
루친스키와 태너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동문으로 같은 지역에 사는 ‘동네 지인’ 사이다. 8~9명으로 구성된 야구 선수 모임에도 같이 속해 오프시즌 훈련도 함께한다. 태너의 한국행 소식을 듣고 루친스키가 직접 발품을 팔았다. 태너의 집을 찾아 KBO 공인구를 전달해주며 미리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줬다.
태너는 “한국에 간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루친스키가 공인구를 들고 집으로 찾아왔다. 그 공으로 캐치볼도 했다”며 웃은 뒤 “루친스키는 한국에서 야구보다 생활적인 면에서 즐기라는 말을 해줬다. 한국 생활을 즐기면 팬들도 좋아하고, 결과도 좋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루친스키는 2020년 NC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끈 주역으로 구단 역사상 최고 투수로 꼽힌다. 지난 2019~2022년 NC에서 4년을 몸담으며 통산 121경기(732⅔이닝) 53승36패 평균자책점 3.06 탈삼진 657개로 활약했다. 4년 연속 177이닝 이상 꾸준하게 던지며 이닝 소화력을 보였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오클랜드와 1년 보장 300만 달러, 내년 구단 옵션 포함 2년 최대 800만 달러에 계약하며 메이저리그 유턴에 성공했다.
그러나 시즌 전 왼쪽 햄스트링을 다쳐 부상자 명단에서 시작했고, 4월말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뒤 4경기(18이닝)에서 승리 없이 4패 평균자책점 9.00으로 크게 부진했다. 이후 위염으로 다시 이탈하더니 지난달 허리 수술을 받고 그대로 시즌 아웃됐다. 루친스키 개인적으로는 무척 힘든 시기이지만 태너가 KBO리그로, 다른 팀도 아니고 친정 NC로 간다는 소식에 직접 발품을 팔아 공인구를 전달했다.
지난 15일 창원 한화전에서 KBO리그 데뷔전을 치른 태너는 6이닝 6피안타(2피홈런) 무사사구 4탈삼진 3실점으로 승패는 기록하지 않았지만 퀄리티 스타트로 무난한 신고식을 치렀다. 1회 노시환, 6회 닉 윌리엄스에게 홈런 두 방을 맞았지만 알려진 대로 제구가 안정적이었다. 불같은 강속구는 없어도 86개의 공으로 6이닝을 막는 효율성을 보였다.
태너는 “오랜만에 경기에 나가 행복했다. 팬분들이 야구장에 많이 와주신 것도 좋았다”며 “시즌 중 새롭게 왔지만 똑같은 야구다. 시차와 공인구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경기를 하면서 공이 손에 익숙해졌다. 3회부터 슬라이더 무브먼트가 갈수록 괜찮아졌다”고 데뷔전을 돌아봤다. 좌타자 바깥쪽으로 크게 휘는 주무기 슬라이더가 요즘 유행하는 스위퍼 같았다. 태너는 “횡적인 움직임이 커서 스위퍼처럼 보이는데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슬라이더라고 부르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미국에서 마지막 등판 이후 3주간 실전 공백이 있었기 때문에 아직 100% 컨디션은 아니다. 데뷔전 직구 구속이 최고 144km, 평균 140km로 미국에 있을 때보다 떨어졌다. 강인권 NC 감독은 “우리가 기대했던 안정적인 이닝 소화력을 보여줬지만 최고 구속과 평균 구속 모두 2km 정도 저하됐다. 첫 등판이기 때문에 컨디션 문제로 보여진다. 국내 공인구 영향인지 RPM(분당 회전수)은 미국에 있을 때보다 조금 더 높은 수치가 나왔다. 경기를 할면서 자기 구속을 찾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태너도 “3주간 투구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첫 실전을) 라이브 피칭 개념으로 들어갔다. 계속 몸을 만들어나가면 구속도 좋아질 것이다. 미국에서 패스트볼 구속이 88~91마일(141.6km~146.5km)을 오갔다. 91마일까지 올리고 싶다”며 “선발로서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지고, 팀 승리에 도움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