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호 이탈 이후 포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던 롯데 입장에서는 FA 시장에서 가장 확실한 카드인 양의지를 붙잡는 게 최선이었다. 그러나 당시 롯데는 FA 시장에서 일찌감치 철수했고 양의지 쟁탈전에 참전하지 않았다. 양상문 전 감독에게 양의지라는 선물은 없었고 내부 자원들의 육성에 다시 한 번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중 양 전 감독의 눈에 띈 선수가 정보근이었다.
경남고를 졸업하고 2018년 2차 9라운드 전체 83순위로 지명을 받은 정보근은 이해에는 1군 출장이 없었고 마무리캠프에 참가했다. 당시 양 전 감독은 정보근을 보면서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 참 예뻐 죽겠다”라면서 1군 경험은 없는 신예 선수를 향해 극찬을 했다.
정보근은 국내 최고 포수인 양의지, 그리고 일본프로야구에서 강견으로 일본시리즈 MVP까지 차지했던 가이 다쿠야(소프트뱅크 호크스)를 롤모델로 삼았다. ‘곰탈 여우’에 강견의 포수를 롤모델로 삼았던 차분하고 진지하면서 나름의 여유까지 가졌던 이 젊은 포수는 2019년 15경기에 나선 뒤,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1군 기회를 잡았다.
결국 롯데는 그동안의 포수 육성의 한계와 실패를 인정하면서 FA 시장에서 유강남을 4년 80억 원에 영입했다. 유강남의 경험은 정보근 손성빈 지시완 등과 비교할 수 없었다. 출중한 경험에 프레이밍 능력, 1군에서 두 자릿수 홈런까지 때려낼 수 있는 파워는 롯데 입장에서 충분한 플러스 요인이었다.
그러나 유강남을 충분히 뒷받침 하면서 정보근은 백업 포수로서 나름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이후 손성빈이 정보근의 자리를 대체했지만 정보근은 2군에서 묵묵히 다시 준비했고 올라온 뒤, 방망이까지 뜨겁게 달궈서 돌아왔다.
정보근은 현재 40경기 타율 4할7리(54타수 22안타) 1홈런 10타점 OPS 1.089의 불방망이를 과시하고 있다. 표본도 적고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시점도 최근이지만 정보근의 존재로 롯데는 타선에 활기를 띠고 있다.
주전 포수인 유강남이 내복사근 부상으로 빠졌고 최근 2군 경기를 소화하고 있지만 역시 복귀를 서두르지 않을 수 있는 이유 역시 정보근이 공수에서 공백을 남부럽지 않게 채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NC전에서 리그 최고의 투수인 에릭 페디를 상대로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기세를 올렸다. 그리고 최근 5경기에서 타율 6할2푼5리(16타수 10안타) 4타점 4득점 OPS 1.542의 성적이다. 지난 15일 사직 SSG전에서는 3타수 3안타 2타점 2볼넷으로 데뷔 첫 5출루 경기를 만들어내며 팀의 10-6 대승을 이끌었다. 정보근이 고비마다 출루하고 적시타를 때려주면서 대량 득점을 이끈 뇌관 역할을 했다.
유강남의 복귀를 느긋하게 생각해도 될 정도로 정보근의 기세는 대단하다. 유강남이 복귀하면 포수진 뎁스는 더욱 탄탄해질 수 있다. 정보근의 활약이 반가운 이유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