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1할대 타율에서 벗어났다. 한화 외국인 타자 닉 윌리엄스(30)가 100타석을 기점으로 조금씩 반등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직구 공략 홈런까지 만들어냈다.
브라이언 오그레디의 대체 선수로 지난 6월 한화에 합류한 윌리엄스는 KBO리그 데뷔 두 번째 경기였던 6월28일 대전 KT전에서 2루타 2개로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그 다음 경기였던 6월30일 대구 삼성전에선 첫 홈런을 신고하며 빠르게 적응하는 듯했다.
하지만 약점이 금세 드러나면서 깊은 침체에 빠졌다. 변화구는 곧잘 쳤지만 빠른 공에 배트 스피드가 자꾸 늦었다. 히팅 포인트 자체가 뒤에 형성돼 있어 빠른 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코칭스태프에서 “삼진 먹어도 괜찮으니 포인트를 앞에다 놓고 쳐라”고 주문했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이따금씩 홈런을 치긴 했지만 전부 변화구를 공략한 것으로 직구에는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결국 7월30일 문학 SSG전부터 타율이 1할대로 떨어졌다. 급기야 이달 초에는 선발 라인업에서도 제외됐다. 전형적인 배드볼 히터로 공을 잘 보는 것보다 어떻게든 맞히는 유형이다 보니 타격 생산력이 극히 낮아졌다. 114타석 1볼넷 34삼진으로 극악의 선구안을 보였다.
하지만 한화는 윌리엄스를 포기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살려 써야 했다. 타격 파트에서 본격적으로 윌리엄스 교정 작업에 들어갔고, 최원호 감독도 상대 투수 유형에 맞춰 기용하며 자신감을 갖게 하려 했다.
지난 주말 대전 두산전에서 3경기 연속 안타로 조금씩 타이밍을 잡기 시작했다. 히팅 포인트가 앞으로 오면서 타구의 질이 좋아졌다. 특히 지난 13일 두산전에선 3타수 2안타 1타점 1사구로 첫 3출루 경기도 했다. 15일 창원 NC전에는 타순도 2번으로 전진 배치. 지난달 8일 대전 SSG전 이후 38일, 20경기 만이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윌리엄스의 타격 타이밍이 계속 늦어 테이크백 시간을 줄였다. 예를 들어 테이크백 시간이 1초였다면 0.5초 정도 빠르게 앞당겼다. 그러면서 타이밍이 맞아나가고 있다. 투수의 공에 대응하는 게 최근에 많이 좋아졌다. 본인한테 물어보니 조금씩 적응되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최 감독 말대로 윌리엄스는 이날 경기에서도 좋은 타구를 만들어냈다. 3회 우익수 뜬공으로 아웃됐지만 잘 맞은 타구였다. 이어 6회 1사 2루에서 NC 좌완 선발 태너 털리의 몸쪽 낮은 140km 직구를 잡아당겨 우측 담장 밖으로 넘어가는 투런포를 장식했다. 3-1 리드를 이끈 귀중한 투런 홈런이었다.
시즌 4호 홈런으로 앞서 3개의 홈런과 달리 처음으로 직구를 공략한 것이라 더 의미가 있었다. 비록 한화가 6~7회 연이어 수비 실책에 이은 실점으로 3-3 동점을 허용, 윌리엄스의 결승포도 무산됐지만 남은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날 경기로 윌리엄스의 시즌 타율도 2할(110타수 22안타)을 다시 넘겼다. 19일, 11경기 만에 1할대 타율에서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