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 시즌에 앞서 전력을 꾸리고 선수단 운영을 구상하지만, 막상 시즌에 들어가면 계획대로 흘러가진 않는다. 부상 등 각종 변수가 생기고, 주전과 백업이 예상한 시나리오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LG의 시즌 전 구상과 가장 크게 달라진 포지션은 2루수다. 염경엽 감독이 주전 2루수로 낙점한 FA 삼수생 서건창이 기회를 잡지 못했고, 대주자 스페셜리스트로 시즌을 시작한 신민재가 2루수 자리를 꿰찼다.
신민재는 지난 주말 12~13일 키움전에 2번 2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문성주가 허리 잔부상으로 빠지면서 하위 타순에서 테이블 세터로 출전했다.
12일 키움전에서 전진 수비를 한 외야수 키를 넘어가는 장타를 때려 데뷔 첫 3루타를 기록하는 등 데뷔 첫 3타점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13일 키움전에서는 1회 안타, 2회 1타점 적시타, 3회 안타를 때리며 시즌 2번째 3안타 경기를 기록했다. 6타수 3안타 2타점 2도루 2득점을 기록하며 LG 타선의 17득점 폭발에 기여했다.
염경엽 감독은 13일 경기를 앞두고 “신민재가 경기를 하면 할수록 계속 발전을 하고 있다”며 “수비도 좋아졌다. 김일경 코치와 수비 훈련을 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기본기 부분은 더해야 하지만, 올해보다 내년이 더 기대된다. 계속해서 더 좋아질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할거다”라고 칭찬했다.
신민재는 후반기 들어 호수비 장면이 많아졌다. 12일 경기에서 9회 발빠른 이용규의 2루 베이스쪽 안타성 타구를 벤트 레그 슬라이딩을 하며 백핸드로 잡아내, 재빨리 1루로 던져 아웃시켰다.
13일 경기에서도 판박이 플레이를 선보였다. 6회 김혜성의 안타성 타구를 따라가 벤트 레그 슬라이딩으로 백핸드 캐치, 슬라이딩의 탄력을 살려 순식간에 일어나 점프하면서 송구해 1루에서 아웃시켰다.
오지환의 시그니처 플레이인 벤트 레그 슬라이딩에 이은 백핸드 포구를 신민재가 복사한 것처럼 부드럽게 해냈다.
4월에 단 1타석 출장했던 신민재는 이제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팀의 주전 2루수다. 서건창이 공수에서 부진하며 5월 중순 2군으로 내려갔고, 김민성이 주로 2루수로 뛰다가 전반기 막판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면서 신민재가 2루수 기회를 잡았다.
신민재의 성적을 보면 개막부터 4월까지 18경기 1타수 1안타 7도루 6득점, 5월에는 19경기 24타수 9안타(타율 .395) 4도루 6득점을 기록했다.
6월에는 22경기 51타수 14안타(타율 .275) 7도루 9득점. 7월에는 14경기 43타수 16안타(타율 .372) 6도루 5득점. 8월 들어 9경기 28타수 9안타(타율 .321) 3도루 4득점이다. 기록만 봐도 신민재의 입지가 얼마나 빠른 시간에 달라졌는지 알 수 있다.
2015년 두산에 육성 선수로 입단해, 2019년 LG에서 1군에 데뷔한 신민재는 지난해까지 4시즌 동안 통산 30안타 22도루를 기록했다. 올 시즌 82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3푼3리(147타수 49안타) 27도루 30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도루 부문에서 두산 정수빈(26개) 키움 김혜성(22개)을 제치고 1위에 올라 있다.
신민재를 향해 "앞으로 5~6년은 2루수 걱정없다"고 칭찬한 염경엽 감독은 “내 꿈은 신민재를 골든글러브로 만들고 싶은데, 도루왕하고 3할을 치면 골든글러브 받는 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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