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배 결승전에서 군산상일고등학교가 극적인 끝내기 안타로 짜릿한 우승을 거머쥐었지만 경기 내용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군산상일고는 지난 14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57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인천고를 만나 11-10 끝내기 승리를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다. 1986년 이후 37년 만에 우승이자 역대 네 번째 대통령배 우승이다.
군산상일고가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12번째로 2013년 봉황대기 우승 이후 10년 만에 전국대회 정상에 올랐다. 2004년 이후 19년 만의 대통령배 우승을 노렸던 인천고는 1985년 이후 두 번째 준우승을 거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이날 경기는 정말 치열하게 전개됐다. 인천고가 1회초 먼저 3점을 뽑아 앞서갔지만 군산상일고도 1회말 곧바로 1점을 만회하며 추격에 나섰다. 인천고는 3회초 1점을 달아났지만, 군산상일고도 3회말 2득점에 성공했고 5회에는 다시 2득점을 하며 5-4로 경기를 뒤집었다. 인천고는 6회초 5-5 동점을 만들었고, 군산상일고는 6회 4득점을 올리며 다시 달아났다. 이후 인천고 7회초 1득점, 군산상일고 7회말 1득점을 주고받았다.
인천고는 8회초 4점을 뽑으며 10-10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히지만 군산상일고는 9회말 박찬우가 끝내기 안타를 때려내며 길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스코어만 보면 결승전답게 매우 격렬한 난타전이 벌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달랐다. 이날 양 팀이 기록한 안타는 25개였고, 4사구는 그보다 훨씬 많은 32개에 달했다. 실책도 2개가 나와 경기 시간은 4시간이 넘도록 늘어졌다.
결승전에서 이런 경기가 나온 이유는 양 팀 모두 에이스가 등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인천고는 오는 9월 열리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 지명이 유력한 김택연이 에이스로 버티고 있는 팀이지만 지난 12일 경북고와의 준결승에서 7⅓이닝 4피안타 1볼넷 9탈삼진 1실점 승리를 기록하며 105구를 투구한 탓에 결승전에 등판할 수 없었다.
군산상일고도 마찬가지다. 이번 대회 MVP와 우수투수상을 석권한 정민성이 지난 12일 경기고와의 준결승에서 한 경기에 두 번이나 등판하며 4⅓이닝 3피안타 3볼넷 2사구 4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면서 85구를 던진 탓에 결승전에는 등판하지 못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2014년 한 경기 최대 투구수 제한을 도입한 이후 꾸준히 투수 보호를 위한 투구수 제한 규정을 확대해 왔다. 2018년부터는 한 경기 최대 투구수가 105구로 제한됐고 투구수에 따라 의무휴식일을 부여하고 있다.
어린 투수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제도의 취지는 반대할 수 없지만 이 때문에 결승전에서 에이스 투수들이 등판하지 못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이날 결승전을 보기 위해 야구장을 찾은 야구계 인사들도 4사구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나오는 경기를 보면서 “결승전에 에이스가 나오지 않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토너먼트 4강부터 투구수 제한 규정을 완화하거나 준결승과 결승전 사이에 충분한 휴식일을 확보하는 등의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이날 결승전은 군산상일고가 ‘역전의 명수’라는 별명답게 멋진 역전 끝내기 승리를 거둔 명승부로 남을 수 있었지만 32개에 달하는 4사구는 분명 아쉬움으로 남았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