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번호 18번은 제가 정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14일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장현석(19)의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입단식.
정장을 입고 등장한 장현석은 다저스의 존 디블 태평양 지역 스카우팅 디렉터와 함께 유니폼, 모자 수여식 및 기념촬영을 실시했다. 장현석은 등번호 18번에 영문명 ‘JANG’이 새겨진 다저스 유니폼을 착용하며 비로소 다저스행을 실감케 했다. 장현석은 박찬호, 최희섭, 류현진 등이 입었던 유니폼을 정장 셔츠 위에 입은 뒤 주먹을 불끈 쥐며 코리안리거 선배들의 뒤를 잇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마산용마고에서 11번, 19번 등을 등에 새겼던 장현석의 새로운 등번호는 18번으로 결정됐다. 그런데 정작 장현석 본인은 등번호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장현석은 취재진의 등번호를 18번으로 결정한 이유가 있냐는 질문에 “등번호는 내가 선택하지 않았다”라고 답하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등번호가 18번으로 결정된 배경을 모르는 눈치였다.
옆에 앉아있던 디블 디렉터를 통해 장현석 유니폼에 18번이 새겨진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아시아 지역에서 오랫동안 스카우트 활동을 했던 디블 디렉터의 ‘픽’이었다.
디블 디렉터는 “지금 장현석이 입은 유니폼은 우리가 장현석 몸에 맞게 특별 제작한 것이다. 시간이 촉박해 빠르게 만들었다”라며 “내가 아시아 지역에서 스카우팅을 오래했는데 마쓰자카 다이스케, 마에다 겐타 등 아시아 최고 선수들은 늘 18번을 달았다. 장현석도 이들을 따라 18번을 쓰면 좋을 것 같아서 유니폼에 그 번호를 새겼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입단식의 사회를 맡은 김형준 메이저리그 해설위원에 따르면 디블 디렉터는 다저스 디렉터로 부임하기 전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의 명문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15년 동안 디렉팅을 했다. 당시 마쓰자카, 오카지마 히데키, 다자와 준이치 등 일본 에이스들을 직접 스카우팅한 경력이 있다.
김 위원은 “18번은 일본 에이스로 통하는 번호다. 다저스의 경우도 구로다 히로키, 마에다가 모두 18번을 달았다. 디블 디렉터가 아시아 선수들이 좋아하는 번호가 18번이라고 인지한 것 같다”라고 부연 설명했다.
등번호를 고르는 것부터 구단이 심혈을 기울였다. 남는 번호를 부여할 수도 있었지만 장현석이 마쓰자카, 마에다 등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을 거둔 아시아 에이스들의 뒤를 잇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특별한 번호를 택했다. 디블 디렉터에게 18번은 장현석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번호였다.
디블 디렉터는 “우리는 장현석이 중학교에 다닐 때부터 스카우트를 파견해 선수를 지켜봤다. 7명의 스카우트가 꾸준히 장현석을 체크했고, 7명 모두 장현석의 재능을 인정해서 영입 프로세스가 진행됐다. 장현석이 우리와 함께 하게 돼 기분이 좋다”라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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