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는 왜 장현석(19·마산용마고) 영입에 진심이었을까. 어떤 점에 이끌려 스카우트를 3년 전부터 한국에 파견한 것일까.
LA 다저스의 존 디블 태평양 지역 스카우팅 디렉터는 지난 14일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장현석의 LA 다저스 입단식에 참석해 계약금 90만 달러(약 11억 원)를 들여 장현석을 영입한 이유를 밝혔다.
장현석은 지난 9일(한국시간) 계약금 90만 달러에 메이저리그 명문구단 LA 다저스와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 탈고교급 투수인 장현석은 오는 2023 KBO 신인드래프트서 전체 1순위 지명이 유력했지만 드래프트 참가를 포기하고 미국행을 택했다. 다저스는 그런 장현석을 품기 위해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앞서 투수 2명을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보내면서 국제 보너스풀을 확보했다. 보너스풀은 각 구단에 할당된 국제 선수 계약 상한액을 일컫는다.
190cm-90kg의 신체 조건을 갖춘 장현석은 올해 9경기 3승 무패 평균자책점 0.93 52탈삼진으로 고교 무대를 평정했다. 이에 아마추어 선수로는 유일하게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에 승선했고, 지난 청룡기 고교야구대회에서 다저스를 비롯해 메이저리그 8개 구단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장현석은 최고 157km에 달하는 포심패스트볼은 물론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변화구 구사도 수준급으로 평가받는다.
다저스는 장현석 영입을 위해 3년 전부터 스카우트를 파견해 선수를 지켜봤다. 장현석의 재능을 경주중학교 시절부터 알아본 것. 디블 디렉터는 “우리는 장현석의 중학교 시절부터 스카우트를 파견해 선수를 지켜봤다. 7명의 스카우트가 꾸준히 장현석을 체크했고, 7명 모두 장현석의 재능을 인정해서 영입 프로세스가 진행됐다. 장현석이 우리와 함께 하게 돼 기분이 좋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장현석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특유의 투쟁심을 꼽았다. 장현석은 전국대회에서 다른 선수들과 달리 이닝을 마칠 때마다 포효하며 화제가 된 바 있다. 디블 디렉터는 “당연히 구속, 체격, 변화구 구사 능력이 와 닿았지만 그보다 이기려는 마음, 경쟁심, 투쟁심, 마운드에 올라가서 경기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에게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라고 밝혔다.
구종과 경기력과 관련해서는 아마추어 선수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을 했다. 장현석의 커브를 보고 메이저리그 전설을 떠올린 것. 디블 디렉터는 “과거 마이너리그 감독 시절 봤던 조시 베켓의 커브가 장현석의 커브와 비슷하다”라며 “김병현과도 친분이 있어서 최근에 이야기를 나눴는데 왜 고교야구에서 삼진을 3~4개밖에 잡지 못하는 선수들과 계약하냐고 하더라. 과거 박찬호, 김병현은 아마추어 레벨에서 20개씩을 잡았다. 그런데 이번에 장현석이 14탈삼진을 기록한 걸 보고 그 대화가 생각났다”라고 말했다.
베켓은 2001년 플로리다 말린스(현 마이애미)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2014년 다저스에서 은퇴할 때까지 14시즌 동안 138승(106패)를 거둔 전설적인 투수다. 20승을 거둔 2007년, 2009년, 2011년 올스타에 선정됐고, 2003년 플로리다, 2007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우승반지를 거머쥐었는데 2003년 월드시리즈 MVP의 영예를 안았다. 당시 월드시리즈 6차전 9이닝 완봉승의 사나이로 거듭났다.
아울러 장현석은 지난달 24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장충고와의 청룡기 8강전에 구원 등판해 복수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보는 앞에서 6⅔이닝 3피안타 4사사구 14탈삼진 무실점 102구 역투를 펼쳤다.
다저스의 한국 담당 국제 스카우트는 장현석의 배움 의지를 높이 샀다. 딘 킴 스카우트는 “장현석의 호기심을 높이 평가했다.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커보였다. 투구와 데이터와 관련해 호기심 많아보였는데 그런 부분이 마이너리그에서 구단과의 시너지가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카우트를 하기 전에 최현일 선수의 통역으로 일을 시작했다. 마이너리그 생활을 같이 피부로 느끼고 경험했는데 한국과 다른 부분은 연습시간을 굉장히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개인적으로 보내는 시간이 많은데 그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내가 도와주려고 노력할 것이다”라고 조언을 덧붙였다.
정식으로 다저스맨이 된 장현석은 “다저스에 갈 줄 몰랐는데 유니폼을 입게 돼 영광이다. 나에 대한 관심을 대충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계약이 될 줄은 몰랐다. 날 오랫동안 지켜봐주신 구단이다”라며 “클레이튼 커쇼 같은 투수가 되고 싶다. 커쇼는 다저스에 오래 있었고 1선발을 맡아왔다. 나 또한 선발투수가 되고 싶은 욕심이 있다”라고 메이저리그에서의 성공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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