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렉 매덕스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투수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빅리그 통산 355승 227패 평균자책점 3.16을 거두며 개인 통산 4차례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그의 주무기는 정교한 컨트롤.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자로 잰듯한 컨트롤과 상대의 허를 찌르는 두뇌 피칭은 단연 으뜸이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은 매덕스처럼 마법 같은 컨트롤을 바탕으로 444일 만에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류현진은 14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2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비자책)으로 시즌 첫 승에 성공했다. 이로써 지난해 5월 27일 LA 에인절스전 이후 444일 만에 승수를 추가했다.
이날 류현진의 총 투구수는 86개. 최고 구속은 올 시즌 가장 빠른 146.6km까지 나왔다. 체인지업, 컷패스트볼, 커브 등을 적절히 섞어 던졌다.
토론토는 컵스를 11-4로 꺾고 3연패 사슬을 끊었다. 타자 가운데 메리필드(6타수 4안타 1타점 2득점)와 바쇼(5타수 2안타(1홈런) 5타점 2득점)의 활약이 돋보였다. 류현진은 "모든 구종이 원하는 대로 제구가 잘 되고 있어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도 류현진의 뛰어난 컨트롤을 높이 평가했다. 토론토 스타는 "원하는 만큼의 구속이 나온 건 아니지만 컵스 강타선을 상대로 인상적인 투구를 뽐냈다"면서 "류현진의 평균 구속은 2021년보다 덜 나왔지만 커맨드와 오프 스피드 구종으로 단점을 보완했다"고 전했다.
파이어볼러가 각광받는 시대다. 전광판에 찍히는 스피드에 열광한다. 투수 레전드 출신이자 지도자로서 탁월한 코칭 능력을 인정받은 김시진 전 KBO 기술위원장은 "투수의 기본은 컨트롤인데 스피드에 더 신경 쓰는 게 문제다. 공을 던지고 뒤돌아서서 외야 전광판의 스피드건 수치를 쳐다보는 투수들이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트라이크 존을 떠나 기본적으로 투수들의 컨트롤이 부족하다. 160km의 빠른 공을 던져도 컨트롤이 들쭉날쭉하면 소용없다. 오히려 (컨트롤이 제대로 이뤄진) 120km의 느린 공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를 통해 투수의 기본은 스피드가 아닌 컨트롤이라는 걸 다시 한번 증명했다. 스피드보다 컨트롤. 젊은 투수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