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진짜 귀하신 몸이 될까?
김태형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작년 두산 베어스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두산 구단이 계약기간이 종료되자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이다. 이미 시즌 중에 일찌감치 두산과는 결별설이 나돌았다. 대신 귀하신 대접을 받고 다른 팀의 지휘봉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동시에 나왔다.
LG 트윈스, NC 다이노스, 삼성 라이온즈가 감독들이 시즌 중에 물러났거나 계약 종료를 했다. 한화 이글스도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과 래리 서튼 롯데 자이언츠 감독도 성적이 신통치 않아 교체 가능성도 있었다. 이 가운데 한 팀에서 김태형 감독에게 러브콜을 보낼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어찌보면 당연한 전망이었다. 2015년 두산 감독으로 부임과 동시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2021시즌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전후무후한 실적을 가지고 있었다. 그 가운데 우승은 세 번 차지했으니 명장 중의 명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성적을 내고 싶은 구단이라면 모셔오고 싶은 사령탑이다.
마치 지난 2000년 스토브리그에서 한국시리즈 9회 우승을 이룩한 김응용 감독이 해태를 떠나 삼성으로 갔을 때의 존재감이었다. 선수단을 장악하는 넘치는 카리스마, 포수출신으로 경기의 맥을 잘 짚고, 승부처에서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는 등 능수능란한 용병술까지 흠이 없었다.
그런데 의외로 김태형을 부르는 곳은 없었다. 롯데와 한화는 계약기간을 채우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NC와 삼성은 각각 대행 지휘봉을 잡았던 강인권 감독, 박진만 감독과 계약을 했다. LG는 류지현 감독과 재계약을 놓고 고민하다 교체로 가닥을 잡고 염경엽 감독에게 새롭게 지휘봉을 넘겼다.
야인으로 돌아간 김태형 감독은 SBS 스포츠와 해설위원 계약을 맺었다. 풍부한 현장 경험이 녹아나는 해설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최근 '온에어(중계)' 상태인줄 모르고 특정 선수를 향한 불미스러운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지만 당사자가 "아버지 같은 분이다"고 감싸주면서 별문제없이 넘어가고 있다.
2023시즌도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5강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LG는 6경기 차로 1위를 독주모드에 들어갔다. SSG는 3경기차로 쫓기며 불안한 2위를 지키고 있다. KT는 선발야구로 파죽의 상승곡선을 그으며 추격하고 있다. NC도 2경기차로 KT를 쫏고 있다. 두산은 NC를 1경기차로 쫓고 있으나 1.5경기차로 KIA의 추격을 받고 있다.
2위 싸움과 3~5위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아직 시즌이 끝나려면 두 달 가깝게 남은 가운데 김태형 위원의 거취가 벌써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아무래도 성적을 내지 못하는 팀들을 중심으로 차기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감독으로 워낙 실적이 뚜렸했으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김태형 위원은 한화가 이번 시즌 도중 수베로 감독을 경질하자 유력한 감독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지만 시즌이 끝나면 몇몇 팀에서 차기 후보 0순위로 오를 가능성도 크다. 1년의 해설위원 생활을 통해 야구철학을 다시 한번 정립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태형의 행보가 벌써부터 뜨거운 이슈가 될 듯 하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