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들의 반란이다.
4년 80억 원의 FA 계약으로 합류한 포수 유강남은 롯데 자이언츠에 유무형적인 플러스 효과를 가져다줬다. 안방의 안정화 효과는 기본이었고 장기인 프레이밍으로 투수들에게 스트라이크를 추가적으로 안겨주면서 경기를 유리하게 풀어가게끔 도움을 줬다. 또한 아프지 않고 꾸준히 경기를 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은 그동안 주전 포수가 없던 롯데에 엄청난 도움요소였다.
이런 유강남이 지난달 28일 광주 KIA전에서 내복사근 부상으로 이탈했다고 했을 때, 가뜩이나 주전급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완전체 구축이 힘들었던 상황이 장기화되고 또 안정됐던 안방에 불안감까지 엄습했다. 정보근과 손성빈의 조합으로 최대 한 달까지 1군 안방을 책임져야 했다. 주전 포수 없이 시간을 보내왔던 지난 5년의 시간,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알기에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이지만 롯데는 다시 힘겨운 시간을 보낼 것만 같았다.
유강남이 이탈한지 2주 정도가 지난 현재, 정보근과 손성빈도 그동안 성장했고 유강남 없이도 1군 안방을 능히 책임질 수 있다는 것을 경기력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대반란으로 롯데는 다시 탄력을 얻고 있다.
유강남 없이 치른 14경기에서 정보근과 손성빈은 7경기 씩 번갈아가면서 선발 포수 마스크를 썼다. 경기 후반에도 대수비 등으로 투입이 되면서 대부분의 경기를 소화했다. 정보근은 13경기 타율 4할6푼2리(26타수 12안타) 1홈런 4타점 OPS 1.225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수비형 포수 이미지가 강했던 정보근에게 올해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한 해가 되고 있다. 유강남이 빠진 뒤 팀 내 타율과 OPS 1위다. 숨겨진 타격 잠재력이 폭발하고 있다.
정보근과 손성빈이 대반란을 일으키면서 팀을 지탱하자 유강남과 복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강남은 지난 12일 서산 한화전부터 2군 재활 경기에 출장했다. 12일 경기에서 3타수 3안타 맹타를 휘둘렀고 5회까지 수비를 소화하고 교체됐다. 이튿날 13일 경기에서는 7회초 2사 1루에서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9이닝 수비까지 모두 소화했다.
일단 래리 서튼 감독은 유강남의 복귀를 서두르지 않으려고 한다. 지난 13일 사직 KIA전을 앞두고 서튼 감독은 유강남의 2군 경기 소식에 대해 “2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수비도 나가고 타석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급하게 콜업하지는 않을 것이다. 충분히 몸을 만든 뒤에 올릴 것이다. 유강남이 돌아오면 분명히 큰 도움이 되지만 유강남의 건강이 최우선이다. 100%의 컨디션을 확실히 만들고 그 다음에 콜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보근과 손성빈이 공백을 무탈하게 채워주고 있기에 가능한 옵션이다. 서튼 감독은 “지금 1군에 있는 정보근과 손성빈, 2명의 포수들이 건강하게 잘해주고 있다. 그래서 유강남의 콜업을 서두르지 않을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경기를 소화하고 있지만 유강남이 최대한 건강하게 복귀하고 남은 시즌을 완주하는 게 중요하다. 내복사근 부상 전에도 무릎이 썩 좋은 상태가 아니었기에 이를 완벽하게 다스리는 것도 중요하다.
가을야구 진출권에 도달하기 위해 한시가 급하기에 주전 안방마님의 존재가 절실하다. 하지만 건강한 몸 상태를 만드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그렇기에 정보근과 손성빈의 활약이 반갑다. 유강남을 조급하게 부르지 않고 여유있게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배경을 만들었다. 그리고 유강남도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후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복귀 의지를 다지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