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히터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롯데 자이언츠 찰리 반즈가 후반기 ‘언터쳐블’ 피칭을 이어갔다. 반즈는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1실점(비자책점) 호투를 펼치면서 팀의 7-1 승리를 이끌었다. 주중 키움 3연전, 주말 KIA 3연전을 모두 위닝시리즈로 장식했다.
반즈의 후반기는 마치 지난해 4월을 보는 듯 했다. 지난해 4월 KBO리그 무대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반즈는 언터쳐블한 모습으로 월간 MVP급 성적으로 리그를 압도했다. 지난해 4월 6경기 5승 평균자책점 0.65(41⅓이닝 3자책점) 45탈삼진 8볼넷의 특급 성적을 기록했다. 4일 휴식을 펼치면서도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리그를 압도했다. 비록 시즌 중후반으로 가면서 체력저하가 두드러졌지만 반즈의 등장은 충격적이었다.
이날 만난 KIA의 경우 지난해 4경기 2패 평균자책점 5.75를 기록할 정도로 상성이 좋지 않았던 팀이었다. 올해는 처음 만났다. 전날(12일) 경기에서도 20안타 13득점으로 타격감이 오를대로 올라 있었다. 하지만 반즈는 불 붙은 KIA 타선을 확실하게 제압헸다. 최고 146km의 포심 33개 투심 10개 슬라이더 29개 체인지업 18개를 구사했다. 스트라이크 62개, 볼 28개를 던지면서 확실한 제구력과 커맨드를 과시했다.
반즈는 5회까지 볼넷 1개만 내주면서 노히터 피칭을 펼쳤다. 3회 선두타자 황대인에게 볼넷을 내준 게 다소 아쉬웠다. 이후 6회에 들어서야 첫 안타를 맞았고 실점했다. 포수 정보근의 포일, 그리고 자신의 폭투 등으로 위기를 맞이했고 실점한 뒤 7회까지 책임지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일주일 전인 6일 사직 SSG전에서 롯데는 애런 윌커슨의 7이닝 노히터 역투와 구승민 김원중의 활약으로 역대 3번째 팀 노히터 대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리고 반즈가 일주일 만에 이 기록을 재현하는 듯 했지만 실패했다. 반즈는 노히터에 대해 “앞서 볼넷을 준 것 때문에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노히터라는 것은 생각할 수 없었다”라면서 자기 자신에게 단호하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후반기 대각성과 대반전에 진심이 느껴졌다.
시즌 첫 2경기에서 반즈는 걱정스러울 정도로 제구 난조가 심했다. 올해 개막하고 첫 2경기에서 볼넷 9개, 사구 2개 등 4사구만 11개를 헌납했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3번째 경기였던 4월22일 창원 NC전부터 다시 변화를 줬다. 준비 동작에서 글러브를 놓는 위치를 배 쪽에 가깝게 대고 있었는데, 배에서 가슴 쪽으로 올리는 변화를 택하며 조금씩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의 투구폼이었다. 이 변화가 자리잡는 게 오래 걸리면서 이제서야 효과가 드러나고 있다.
그는 “간단한 예를 들자면 시즌을 시작하면서 세트 동작을 할 때 글러브를 배쪽에 놨었는데 그런 게 리듬이 조금 이상해서 작년처럼 글러브를 올려서 세트 동작을 했다”라면서 “비시즌 내내 내려서 준비했기 때문에 글러브 위치를 올리고 다시 원래의 리듬으로 돌아가는데 시간이 걸린 것 같다”라고 스스로 변화를 설명했다.
분명한 건 반즈, 그리고 새롭게 합류한 애런 윌커슨이 함께 롯데 선발진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윌커슨도 후반기에 합류해서 4경기 2승 평균자책점 1.88(24이닝 5자책점)으로 순항을 하고 있다. 반즈는 “팀 동료들 모두 서로를 믿고 있다. 꾸준한 연승이나 흐름을 이어가게 됨녀 충분히 가을야구도 할 수 있다”라면서 “윌커슨과 시너지 효과가 충분히 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윌커슨도 잘하고 나도 잘하면서 팀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런 좋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