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의 '잠실 빅보이' 이재원이 기민한 주루플레이로 딜레이드 홈스틸을 성공시켰다. 192cm 100kg의 커다란 덩치를 자랑하는 이재원은 "저 발 빠르다"고 뛰는 야구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재원은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과의 경기에 8번 좌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4타수 3안타 2득점과 함께 경기 초반 결정적인 도루 2개를 성공하며 눈길을 끌어모았다.
LG가 3-2로 앞선 2회, 이재원은 첫 타석에서 중전 안타로 출루했다. 박해민 타석에서 2루 도루를 성공했다. 이어 키움 투수 김동규의 투구가 원바운드되면서 포수 팔을 맞고 뒤쪽으로 멀지 않게 굴러가자 재빨리 3루까지 진루했다. 홍창기가 볼넷으로 출루해 1사 1,3루가 됐다.
LG 벤치에서 더블 스틸 사인이 나왔다. 신민재 타석에서 1루주자 홍창기가 2루 도루를 시도했고, 포수가 2루로 송구하자 3루에 있던 이재원이 쏜살처럼 홈으로 쇄도했다. 2루에서 포수의 송구를 받은 유격수가 다시 홈으로 던졌으나, 이재원이 발이 더 빨랐다. 여유있게 세이프.
홈스틸을 성공했을 때 ‘기분이 짜릿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이재원은 “팀이 이길 수 있는데 한 걸음 더 보탰다는 것이 좋았다”고 다소 담담한 멘트를 말했다.
박용근 3루 주루코치의 지시를 받고 침착하게 상대 배터리 움직임을 살폈다. 이재원은 "포수가 2루로 송구하고 투수가 (중간에 커트해서) 안 잡으면 홈으로 뛰라고 했는데, (투수) 동규가 숙이는 것을 보고 홈으로 뛰었다"고 홈스틸 상황을 설명했다.
생애 첫 홈스틸이지 않냐는 말에 이재원은 “초등학교, 중학교 때 여러 번 했다. 저 발 빠르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재원은 프로에 와서도 자신의 발이 느리지 않고 빠르다고 자주 항변했다. 도루, 안타 때 1루에서 3루까지 뛰는 주루플레이에 자신있다고 했다.
이재원은 프로필에 192cm 100kg로 기록돼 있다. 주력이 느릴 것 같지만 큰 키에 보폭이 넓고, 뛰면서 가속도가 붙는다. 2021년부터 3시즌 동안 11개의 도루를 기록 중이다.
이재원은 지난해 가을 군 복무를 위해 상무야구단에 지원해 합격 발표를 앞두고, 지원을 취소했다. 염경엽 신임 감독이 이재원의 장타력을 높게 평가해 거포로 키울 뜻을 보이면서 입대를 미뤘다.
그러나 스프링캠프에서 복사근 부상을 당했고, 시범경기 도중에 또다시 복사근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5월초 복귀해 장타를 터뜨리며 서서히 활약했으나, 5월 24일 시즌 3호 홈런을 친 다음날 허벅지 근육 부상으로 또다시 아픔을 겪었다. 6월 중순에 복귀해서는 이전의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내부 경쟁에서 밀려나 대타, 교체 출장이다.
이재원은 "부상에서 재활하고 타격감을 회복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다치는 순간 좀 쉽지 않았다. 생각도 많아지고 좀 많이 흔들렸다"고 힘든 시기를 되돌아봤다.
이재원은 8월 7경기에서 14타수 6안타, 타율 4할2푼9리를 기록 중이다. 제한된 출장 기회에서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13일 키움전에서 2회 도루 2개와 함께 득점을 올린 이재원은 3회 1타점 좌전 적시타, 4회 1사 3루에서 몸에 맞는 볼로 출루, 7회 2사 3루에서 1타점 좌전 적시타를 때렸다. 올 시즌 2번째 3안타 경기였다.
이재원은 "최근 타격감이 계속 좋은 느낌이다. 좋은 느낌을 계속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업, 교체 출장 처지에 관해 "힘들지만 팀이 이기려면 잘하는 선수가 나가는 게 맞다. 내가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계속 준비하고 잘 하다 보면, 또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