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짝 활약이었던 것일까. LA 다저스에서 LA 에인절스로 옮긴 좌완 타일러 앤더슨(34)이 1년 만에 평범 이하의 투수로 전락했다.
앤더슨은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4⅔이닝 6피안타(1피홈런) 3볼넷 6탈삼진 7실점으로 무너졌다. 에인절스가 3-11로 패하면서 앤더슨은 패전투수.
3회까지 앤더슨은 안타 1개를 맞았을 뿐 삼진 4개를 잡으며 휴스턴 강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러나 4회 선두타자 볼넷을 시작으로 연속 안타를 맞고 첫 실점하더니 카일 터커에게 스리런 홈런을 허용했다. 주무기 체인지업이 밋밋하게 들어가면서 장타로 이어졌다. 순식간에 4실점 뭇매.
5회에도 투아웃을 잘 잡은 뒤 갑자기 흔들렸다. 호세 알투베에게 2루타를 맞더니 연속 볼넷으로 제구가 흔들리며 만루 위기를 쌓았다. 여기서 터커에게 또 1타점 적시타를 맞고 강판됐다. 구원 도미닉 레온이 추가 2실점하면서 앤더슨은 올 시즌 개인 최다 7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MLB.com’에 따르면 경기 후 필 네빈 에인절스 감독은 “3회까지는 구위가 좋았고, 체인지업도 차원이 달랐다. 그런데 4~5회 커맨드를 잃어버렸다”며 앤더슨의 갑작스런 난조에 아쉬워했다.
단순히 이날 경기만의 문제는 아니다. 앤더슨은 올 시즌 21경기(20선발·109이닝) 5승4패 평균자책점 5.28로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지난해 다저스에서 30경기(28선발·178⅔이닝) 15승5패 평균자책점 2.57로 활약하며 올스타에 선정됐던 그 투수가 아니다.
지난 2016년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데뷔한 뒤 2020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2021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시애틀 매리너스를 거친 앤더슨은 이 기간 6시즌 통산 평균자책점 4.62로 평범한 투수였다. 하지만 1년 800만 달러 FA 계약으로 다저스에 합류한 지난해 기대 이상 활약을 했다. 클레이튼 커쇼 등 기존 선발들의 부상으로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데뷔 첫 두 자릿수 승수를 15승으로 장식했다.
시즌 후 다저스는 앤더슨에게 1년 1965만 달러 퀄리파잉 오퍼까지 했다. 그러나 앤더슨은 이를 거부하고 시장에 나왔고, 에인절스와 3년 3900만 달러에 FA 계약하며 팀을 옮겼다. 연평균 금액은 다저스가 높지만 다년 계약을 보장한 에인절스를 택하며 오타니 쇼헤이와 원투펀치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1년 전 다저스 시절 앤더슨은 온데간데없다. 이중키킹 동작이 트레이드마크인 앤더슨은 기교파 유형이긴 하지만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지난해 90.7마일에서 올해 90.1마일로 소폭 하락했다. 주무기 체인지업 피안타율(.179→.256)이 치솟았고, 9이닝당 볼넷 역시 1.7개에서 3.9개로 급증하며 커맨드가 눈에 띄게 나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