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진이가 잡을 것처럼 뛰더라."
롯데 자이언츠 노진혁(34)은 올해 4년 50억 원에 FA로 이적한 첫 시즌, 부상과 이어지는 슬럼프가 길어지면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6월 중순에 옆구리 부상을 당했고 7월 초에 돌아왔지만 여전히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았다. 부상 복귀 이후에도 온전치 않은 몸 상태로 경기를 치르면서 좋은 흐름을 만들어낼 수 없었다.
당시 주전들의 줄부상으로 베스트 라인업을 꾸리는 게 힘들었던 팀 상황이다. 한 명의 자원이라도 복귀하는 게 급했던 구단 입장에서는 노진혁의 복귀 시점을 조금 당긴 셈이다. 수비적으로는 문제가 없었지만 타격에서는 아쉬움이 짙었고 슬럼프도 길어졌다.
그는 부상에 돌아온 뒤에도 타격 사이클이 올라오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그는 "부상 당하고 복귀했을 때도 약간의 통증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까 오른쪽 골반이 밖으로 많이 빠지면서 밸런스가 무너졌다. 힘들게 만든 밸런스인데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더라. 그게 너무 힘들었고 고생을 한 이유였던 것 같다"라고 되돌아봤다.
하지만 지금은 몸 상태도 많이 좋아졌고 밸런스도 서서히 돌아오고 있다. 그리고 13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노진혁은 슬럼프 탈출의 계기가 마련됐다.
롯데는 이날 6-1로 승리했는데 노진혁은 3회 2사 만루에서 결정적인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뽑아내면서 팀에 승기를 가져왔다. 8회에는 다시 한 번 우선상의 2루타를 때려면서 멀티히트 경기를 완성했다.
노진혁은 싹쓸이 상황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쳤는데 솔직히 어떻게 쳤는지 모르겠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사실 맞는 순간 외야수 키는 넘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좌익수에 (이)창진이가 너무 잡을 것처럼 뛰더라. 창진이가 상무 동기인데...마음이 좀 그랬다"라며 자신의 슬럼프 탈출을 향한 타구를 지워버리려는 입대 동기생을 향해 야속함을 표현했다. 이창진과 노진혁은 2016~2017년 상무에서 함께 복무를 했다.
이어 "이제 실마리를 조금씩 풀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타점을 올리는 것을 좋아했는데 타점을 올리다보면 기분도 좋아지고 밸런스도 찾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면서 "8회에도 포크볼에 스윙을 하더라도 변함없는 타이밍으로 타격을 하자고 생각했는데 마침 치게 됐다. 그동안 연습을 했던 부분이 나와서 좋았다"라고 했다.
FA로 이적한 첫 해였기에 스스로도 부담감이 컸다. 동료들에게도 팬들에게도 미안한 감정이 크다. 그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아쉽고 잘 안되다 보니까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지난해 후반기 때 영상도 보고 있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잠도 잘 못자고 있다"라면서 "선수들에게도 미안하다. 고참급 선수로서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는데 후배들보다 못하고 있으니까 많이 창피했고 만회를 하고 싶었다"라며 진심을 전했다.
노진혁은 이제 정말 자신만 잘하면 된다고 한다. 그는 "우리 팀 분위기 좋다. 다들 잘하고 있다. 이제 정말 나만 잘하면 된다. 그러면 분위기가 더 올라갈 것 같다. 경각심을 갖고 있다"라고 힘주어 말하면서 부활을 다짐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