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와 롯데의 맞대결. KIA가 경기 초반 대량 득점에 성공했고 롯데는 침묵하면서 일찌감치 8-1의 격차가 났다. 그런데 롯데가 5회말 KIA 선발 윤영철을 두들기면서 대거 4점을 추격하며 8-5, 3점 차의 접전 상황을 만들었다. 롯데가 기세가 오르고 있었던 상황.
KIA 입장에서는 6회초 공격이 중요했고 반대로 롯데는 6회초를 틀어막아야 했다. 상황은 KIA에 유리했다. 소크라테스의 우전안타, 고종욱의 좌전안타로 무사 1,2루 기회를 잡은 것. 달아날 수 있다면 승부에 쐐기를 박을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후속 타자인 한준수에게 희생번트 지시가 내려졌다. 하지만 이때, 복잡하고 미묘하면서 예민한 상황이 발생했다. 일단 한준수는 번트를 제대로 대지 못했다. 타구가 높게 떴다. 롯데는 투수 최영환과 1루수 정훈이 달려들었다. 상황을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이제 롯데였다.
그러나 롯데는 우왕좌왕했다. 번트 뜬공 타구는 인필드플라이를 선언하지 않는다. 롯데 입장에서는 타구를 잡지 않고 떨어뜨려서 땅볼로 병살타를 만들 수 있었다. 타구가 떴기 때문에 누상의 KIA 주자들은 움직일 수 없었기에 롯데가 선택권을 쥐고 있었다. 하지만 롯데 수비진은 우왕좌왕했다. 최영환과 정훈이 타구를 잡으려다 겹쳤다. 최영환은 타구를 잡으려고 한 듯 했지만 떨어뜨렸다. 얼떨결에 땅볼 상황이 만들어졌다.
KIA의 주자들이 황급히 움직여야 했지만 롯데도 갈피를 잡지 못했다. 타구를 다시 잡은 최영환은 2루와 3루를 두리번 거리다가 3루에 송구해서 2루 주자를 아웃시켰다. 기민하게 대응했다면 1,2루 주자 모두를 잡아내고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었다. 다만 순식간에 일어나는 상황들이기에 그 순간 빠르게 판단을 내리는 것은 힘들다. 이론적으로 쉽게 설명은 가능하지만 현장에서 그 순간에는 몸이 따라주지 않을 수밖에 없다. 비슷한 상황을 겪은 모든 선수들의 경험담은 비슷하다.
KIA는 이 상황을 다르게 해석했다. 이미 한준수의 번트 타구가 최영환의 글러브 쪽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온 상황. 고의낙구를 지적할 수밖에 없었다. 고의낙구 선언이 되면 타자 주자만 아웃이 되고 주자들은 그대로 아웃이 된다. 기동력 있는 주자들이 그대로 위치한다. 하지만 고의낙구가 아니라면 KIA에 불리해진다. 2루 주자인 소크라테스만 3루에서 아웃됐고 2루에 고종욱 1루에 한준수가 자리한다. 1사 1,2루가 되더라도 주자들이 소크라테스와 고종욱이면 웬만한 장타성 타구에는 모두 득점이 가능하다. 그러나 1루 주자가 주력이 느린 한준수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김종국 감독은 이 장면을 보고 덕아웃을 박차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고의낙구가 아니냐는 것. 김종국 감독 입장에서는 주자들이 달라지기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상황을 한참을 어필했다. 이후 정종수 주심을 비롯한 심판진이 모여서 상황을 정리하고 김종국 감독에게 다시 전달했다. 김종국 감독의 뿔난 감정은 쉽게 잠잠해지지 않았다. 결국 고의낙구 선언 없이 플레이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타구가 떨어진 것으로 판정이 내려졌다. 납득 하기는 힘들었다. 중계방송사의 느린 그림으로 살펴보면 최영환은 타구를 글러브 포켓에 제대로 집어넣지 못했고 떨어뜨렸다.
KIA 입장에서는 분위기가 한풀 꺾이게 됐다. 그래도 기회가 1사 1,2루로 다시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특급 조커’ 이우성의 한 방으로 논란의 상황을 종결지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올 시즌 대타 타율 3할3푼3리(9타수 3안타)를 기록하고 있던 이우성이었다. 선발에서는 제외됐지만 80경기 타율 2할9푼6리(230타수 68안타) 5홈런 33타점 OPS .773으로 올 시즌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해주고 있었고 대혼란으로 빠질 수 있는 상황을 한 방으로 해결했다.
이우성은 계속된 1사 1,2루에서 우선상 적시 2루타를 때려내면서 KIA가 희생번트로 뽑으려던 1점을 가져왔다. 만약 이우성의 한 방이 없었다면 경기는 미궁 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다. 격차는 9-5로 다시 벌어졌고 KIA는 8회 4점을 추가하며 13-5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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