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를 대표하는 레전드 타자 김태균(41) KBSN스포츠 야구 해설위원은 홈런왕(2008년 31개), 타격왕(2012년 .363)을 모두 해본 KBO리그 역대 5명(이만수·김기태·이대호·최형우) 중 한 명이다. 정확성과 파워를 겸비한 타자로 출루율 타이틀도 4번이나 가져가며 개인 수상에 있어서는 남 부러울 것 없는 커리어를 보냈다.
그러나 딱 하나, MVP 트로피가 없는 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현역 마지막 시즌이었던 지난 2020년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때 김태균 위원은 후계자로 꼽혔던 노시환에게 “내가 한화에 17년 있으면서 MVP를 한 번도 못 해봤다. 네가 형 대신 꼭 MVP를 해서 한화가 우승하는데 큰 공헌을 하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3년 전 대선배의 당부 같은 덕담이 현실로 이뤄질 것 같다. 노시환은 지난 12일까지 팀의 96경기 모두 선발출장, 타율 3할8리(377타수 116안타) 27홈런 75타점 63득점 출루율 .394 장타율 .576 OPS .970을 기록 중이다.
타자 MVP의 보증 수표인 홈런과 타점에서 압도적인 1위다. 홈런은 2위 최정(SSG·21개)과 6개 차이로 벌렸고, 타점도 2위 오스틴 딘(LG·68점)에 7점 차이로 앞서있다. 장타율까지 공식 타이틀 3개 부문 1위. 비공식 타이틀로 OPS와 함께 KBO 공식 스포츠투아이 기준 WAR도 야수 1위(4.61)에 빛난다.
노시환은 “우리 팀에서 MVP, 신인왕 후보가 거론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다. 신인왕은 (문)동주가 워낙 잘하고 있어서 받을 것 같다. 제가 MVP 후보라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솔직히 생각 안 하고 있다. MVP에 대한 꿈은 갖고 있지만 지금은 1경기, 1경기 팀이 이기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한 겸손만은 아니다. 내달 20일 소집 예정인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 발탁된 것이 노시환에게 큰 변수다. 올해는 아시안게임 기간 중에도 KBO리그가 중단되지 않고 시즌이 정상 진행된다.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이 10월7일인데 최대 3주가량 자리를 비운다고 가정할 때 노시환이 홈런이나 타점 같은 누적 기록에서 아시안게임에 나가지 않는 경쟁자들에 추월당할 가능성이 있다.
노시환은 “아시안게임 기간도 있어서 MVP는 힘들 것 같다”며 마음을 비운 듯이 말하며 “치다 보니까 30홈런에 가까워지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홈런왕도 하고 싶고, 타이틀을 많이 가져오고 싶지만 야구가 항상 생각처럼 되는 게 아니다”는 말로 욕심내지 않고 순리대로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7경기 타율 3할7푼5리(24타수 9안타) 6홈런 13타점 OPS 1.650으로 화끈하게 몰아치고 있어 아시안게임 차출 전까지 최대한 홈런과 타점을 벌어놓으면 1위 수성도 가능하다. 특히 지난 9일 수원 KT전에서 데뷔 첫 3홈런 경기로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보여줬다. 당시 경기를 중계했던 김태균 위원이 “뭐라 표현할 수가 없다. 이제 저를 확실히 뛰어넘었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노시환은 “김태균 선배님은 늘 정상에 계셨다. 선배님이 항상 ‘나보다 더 잘하라’는 말을 해주시는데 차근차근 따라가서 선배님을 뛰어넘고 싶다. 하지만 아직 그 과정에 있고, 한참 멀었다”며 “1년 반짝 잘하는 선수들은 많다. 좋은 것을 유지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 슈퍼스타들은 안 좋을 때도 항상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꾸준함이 좋다. 올해가 제게 커리어 최고 시즌이지만 야구 인생이 끝나는 날까지 몸 관리 잘해서 꾸준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최원호 한화 감독도 “시환이는 2020년 감독대행할 때 처음 봤는데 그때부터 능력치가 남다른 선수였다. 빠른 시간에 급성장했다. 요즘 완전히 물올랐다”고 칭찬하면서도 “투수든 타자든 3년 연속으로 해야 확실히 올라섰다고 인정받을 수 있다. 1년 반짝하면 평균치를 낼 수 없다. 시환이도 앞으로 1~2년은 더 해야 자기 것이 된다”며 꾸준함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