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의 트레이드 마감일 전력 보강은 뭔가 좀 밋밋했다. 부상자들이 끊이지 않는 선발투수진에 외부 수혈이 시급했는데 기대에 못 미쳤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좌완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와 트레이드를 합의했으나 선수 본인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불발된 게 아쉬웠다.
결국 다저스는 가을야구가 멀어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우완 랜스 린(36)을 영입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올스타에 2회 선정된 린은 2011년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두 자릿수 승수만 8시즌으로 (트레이드 전까지) 통산 129승을 거둔 베테랑 선발. 그러나 올해 화이트삭스에서 21경기(119⅔이닝) 6승9패 평균자책점 6.47로 부진했다. 리그 최다 28개의 피홈런으로 구위 하락이 뚜렷했다.
30대 중반을 넘어 한물간 투수 취급을 받은 린이 다저스에 와서 살아났다. 트레이드 이후 3경기 모두 승리투수가 되며 18이닝 4실점 평균자책점 2.00으로 호투하고 있는 것이다. 이적 후 3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WHIP(1.46→0.94), 피안타율(.270→.197) 등 주요 기록들이 모두 눈에 띄게 좋아졌다.
다저스에서 첫 등판이었던 지난 2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 7이닝 5피안타(3피홈런) 1볼넷 7탈삼진 3실점으로 첫 단추를 잘 꿰었고, 7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 6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6탈삼진 1실점에 이어 12일 콜로라도 로키스전도 5이닝 4피안타 1볼넷 9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 행진을 이어갔다.
‘MLB.com’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콜로라도전을 마친 뒤 린은 “전반기에는 안 좋았지만 지금은 좋은 위치에 있다. 다저스에서 공을 던질 수 있어 흥분된다. 다시 태어난 것 같다. 이곳에서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팀 승리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며 가을야구가 일찌감치 물건너간 화이트삭스에서 ‘우승 후보’ 다저스의 일원이 된 것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우승 도전이라는 확실한 동기 부여가 생기면서 성적도 확 바뀌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도 “린이 훌륭한 투구를 했다. 선발로서 필요한 부분을 해줬다. 투구수가 조금 많긴 했는데 다음 선발등판까지 하루 정도 더 쉬어주면 될 것 같다”고 관리를 예고했다. 클레이튼 커쇼가 부상에서 돌아온 가운데 트레이드로 온 좌완 라이언 야브로까지 선발 자원이 어느 정도 늘어나면서 다저스는 린을 무리하지 않게 쓸 여유가 생겼다.
린의 호투 속에 최근 6연승 포함 10경기 9승1패로 상승세를 이어간 다저스는 69승46패로 6할 승률까지 등정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2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62승54패)와 격차를 7.5경기로 벌리며 1위를 굳건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