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은퇴 결심했다면…” 프로 20년차에 타율 3할 부활! 30대의 끝자락, 현역 연장을 바라보다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08.11 12: 00

3년 FA 계약의 마지막 해이자 프로 20년차를 맞아 지난 2년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전성기 못지않은 기량을 뽐내고 있는 김재호(38·두산). 신인의 마음으로 스프링캠프에 임한 결과 30대의 끝자락에서 은퇴가 아닌 현역 연장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지난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정수빈과 함께 테이블세터를 이뤄 제 몫을 다하고 있는 베테랑 김재호의 헌신을 치켜세웠다. 
이 감독은 “김재호가 너무 좋다. 수비가 아주 견고하고 원하는 상황에서 원하는 타격을 해주고 있다. 김재호가 2번을 맡으면서 타선이 짜임새를 갖춘 모습이다”라며 “한국 나이로 39세인 베테랑이다. 관리를 해줘야하는데 팀 사정 상 매일 경기를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또 대안이 김재호 뿐이며, 선수가 너무 잘해주고 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두산 김재호 / OSEN DB

두산 김재호 / OSEN DB

2021년 1월 두산과 3년 25억 원에 두 번째 FA 계약을 체결한 김재호. 지난 2년의 모습은 기대 이하였다. 재계약 첫해 89경기 타율 2할9리에 이어 지난해에도 102경기 타율 2할1푼5리로 부진하며 ‘먹튀’ 논란에 시달렸다. 계약 기간의 절반이 넘는 2년 동안 타율 2할1푼2리의 슬럼프를 겪으며 천재 유격수의 자존심을 구겼다. 
두산 김재호 / OSEN DB
김재호는 어쩌면 커리어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2023시즌을 그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했다. 시작은 호주 스프링캠프였다. 워밍업 때부터 가장 첫 줄에 서서 파이팅을 외쳤고, 수비 훈련을 할 때도 과거 젊은 천재 유격수가 그랬던 것처럼 몸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2년의 야유를 박수로 바꾸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린 김재호였다. 
그러나 김재호는 시즌 초반 극심한 슬럼프 속 후배들에게 유격수 자리를 내줬다. 4월 한 달간 타율 1할6푼7리의 부진을 겪으며 5월 5일 유격수 자원 가운데 가장 먼저 2군행을 통보받았다. 그 때만 해도 김재호의 현역 연장은 언감생심이었다. 
두산 김재호 / OSEN DB
1군 말소는 김재호의 천재 유격수 본능을 깨우는 계기가 됐다. 5월 컴백 후 월간 타율 2할7푼3리로 시동을 건 그는 6월 3할2푼5리, 7월 3할3리로 부활을 알린 뒤 8월 들어서도 3할7푼5리 맹타를 휘두르는 중이다. 타격뿐만이 아니다. 박계범, 이유찬, 안재석 등에 비해 월등히 앞선 수비력을 뽐내고, 베테랑답게 작전 상황에서도 충실히 제 몫을 해낸다. 김재호의 시즌 성적은 50경기 타율 3할8리 12타점 OPS .749로 전성기를 방불케 한다.
이 감독은 “올해 유격수 포지션이 가장 걱정이었다. 시즌 초중반까지 아무도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런데 경쟁의 가장 마지막 순번이었던 김재호가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유격수 중에 가장 먼저 2군에 간 선수가 김재호가 아니었나”라며 “김재호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정말 열심히 했다. 유종의 미를 거두려고 했는지 현역 연장을 원했는지 모르겠지만 캠프 때부터 모범적으로 잘 움직여줬다. 기회가 가장 뒤에 왔는데도 묵묵히 기다렸다”라고 말했다.
두산 김재호 / OSEN DB
김재호의 현역 연장 가능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일단 계약 마지막해를 부상 없이 잘 보내는 게 우선이라는 시선을 보였다. 이 감독은 “본인이 올 시즌 끝나고 은퇴를 결심했으면 지금 이렇게 열심히 할까요”라며 “일단 중요한 건 남은 50경기다. 김재호가 팀을 위해서 희생도 해주고 좋은 역할 해주고 있는데 시즌 마칠 때까지 체력 떨어지지 않고 잘해줬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남겼다.
지금의 기량, 능력이라면 39세가 되는 내년에도 충분히 두산 내야의 야전사령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재호는 2월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제1의 인생이 야구인데 누구나 길게 그 인생을 살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올해 모든 두산 팬들에게 환호를 받는 그런 시즌을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다”라고 밝힌 바 있다. 
/backlight@osen.co.kr
두산 김재호 / OSEN DB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