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뉴욕 양키스 에이스였던 우완 투수 루이스 세베리노(29)의 몰락이 심상치 않다. 야구 인생 최초로 8점대 평균자책점 시즌을 보내며 FA를 앞두고 가치가 폭락하고 있다.
세베리노는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원정경기에 2회 두 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했다. 선발 이안 해밀턴이 오프너로 1이닝을 실점 없이 막은 뒤 2회부터 세베리노가 긴 이닝을 던지는 ‘벌크 가이’로 투입됐다. 애런 분 양키스 감독은 선발로 1회 평균자책점 13.85로 첫 이닝에 유독 약한 세베리노를 살리기 위해 2회부터 올리는 전략을 썼다.
그러나 세베리노는 2회 올라오자마자 2루타와 안타로 주자를 쌓더니 오스카 곤잘레스에게 스리런 홈런을 맞았다. 3회에도 루이스 로버트 주니어에게 안타를 내준 뒤 연속 도루를 허용했고, 요안 몬카다에게 2루타를 맞아 추가 실점했다. 4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선두 야스마니 그랜달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한 뒤 마운드를 내려간 세베리노는 2이닝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4실점으로 시즌 7패(2패)째를 당했다. 평균자책점이 7.74에서 8.06으로 치솟았다.
세베리노 살리기에 실패한 양키스는 이날 경기를 2-9로 졌다. 아메리칸리그(AL) 와일드카드 3위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5.5경기차 6위로 격차가 벌어졌다. 거액을 들여 FA 영입한 카를로스 로돈이 햄스트링을 다쳐 또 부상자 명단에 오르고, 퍼펙트 게임을 달성한 도밍고 헤르만이 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해 시즌 아웃되면서 가뜩이나 선발투수가 부족한 양키스인데 세베리노마저 살아날 조짐이 안 보인다.
‘뉴욕포스트’를 비롯해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기 후 세베리노는 “야구 인생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고 좌절감을 드러내며 “내가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 위해 무엇이든 할 의향이 있다. 선발로 던지는 것을 좋아하지만 올해 좋지 않다”며 선발을 고집하지 않고 어떤 역할이든 맡겠다고 했다. 분 감독은 “실투가 많았다”고 아쉬워하며 “모든 옵션을 논의하겠다. 그를 올바르게 만들기 위한 방법을 찾아볼 것이다”고 말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우완 세베리노는 100마일을 뿌리는 파이어볼러였다. 2015년 메이저리그 데뷔 후 3년차에 에이스로 도약했다. 2017년 31경기(193⅓이닝) 14승6패 평균자책점 2.98 탈삼진 230개, 2018년 32경기(191⅓이닝) 19승8패 평균자책점 3.39 탈삼진 220개로 활약하며 2년 연속 올스타에 뽑혔다. 2017년 AL 사이영상 3위에 오를 정도로 임팩트가 있었다.
2019년 시즌을 앞두고 4년+1년 최대 5250만 달러 연장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후 어깨 회전근개 염증, 팔꿈치 인대접합수술, 광배근 부상에 계속 시달렸다. 2019~2021년 3년간 7경기 등판에 그쳤지만 지난해 19경기(102이닝) 7승3패 평균자책점 3.18로 반등 가능성을 보였고, 양키스는 2023년 1500만 달러 팀 옵션을 실행했다.
그러나 시즌 전부터 광배근을 다쳐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불안한 시작을 했다. 5월부터 빅리그에 올라왔지만 14경기(63⅔이닝) 2승7패 평균자책점 8.06으로 최악의 해를 보내고 있다. 지난 2016년(5.83)을 넘어 데뷔 후 가장 높은 평균자책점. 통산 평균자책점(3.81)과 비교해도 두 배 이상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