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立秋), 여름을 지나 가을에 접어드는 시기.
폭염의 기세가 한창이지만 절기상 입추인 지난 8일, 두산 정수빈이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축포를 쏘아 올렸다. 그리고 더그아웃에서 재미난 장면이 연출됐다.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시즌 9차전.
정수빈은 이날 1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리드오프로 첫 타석에 나선 정수빈은 삼성 선발 최채흥을 상대로 3B-1S에서 134Km 직구를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선제 솔로포를 날렸다. 309일 만에 터진 정수빈의 개인 통산 31번째 홈런.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쏘아 올린 정수빈은 힘차게 그라운드를 돌았다. 그리고 홈을 밟으며 고영민 코치의 축하를 받았다. 고영민 코치는 검지 손가락을 하나 펼치고는 정수빈의 시즌 첫 홈런을 함께 기뻐했다.
하지만 더그아웃 동료선수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무관심 세리머니를 펼친 것.
정수빈은 나 홀로 주먹을 불끈 쥐어보기도 하고, 하트도 그리며 포즈를 취했지만 반응은 여전했다.
정수빈은 민망한 상황 속에서 주먹을 불끈 쥐며 다시 포즈를 취하자 캡틴 허경민이 이에 화답하며 동료선수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정수빈의 한 방으로 기선제압에 성공한 두산은 5-3 승리를 거뒀다.
가을야구에 워낙 강해 ‘가을수빈’, ‘정가영(정수빈은 가을 영웅)’이라는 별명을 지닌 정수빈.
경기 후 정수빈은 “오늘이 입추더라. 가을에 좋은 기억을 많이 가지고 있고, 팬들의 기대도 큰 것을 알고 있다.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선전을 다짐했다.
5강 사수에 전력을 다하는 가운데 공수의 핵심 전력인 양의지가 부상으로 빠진 위기의 두산.
가을의 시작을 기분 좋게 출발한 정수빈의 활약이 반갑기만 하다.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