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두 달 가까이 최하위를 전전하고 있는 ‘야구명가’ 삼성 라이온즈. 그러나 포기는 없다. KT가 꼴찌에서 3위로 올라섰듯 삼성 선수들도 남은 47경기서 기적을 쓸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구자욱(30·삼성)은 지난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과의 시즌 10차전에 3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1홈런) 1볼넷 1타점 1득점 활약으로 팀의 6-4 역전승을 이끌었다.
1회 포수 파울플라이에 이어 4회 우전안타로 몸을 푼 구자욱은 1-2로 끌려가던 6회 큼지막한 아치를 그렸다.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우중월 솔로홈런을 쏘아 올리며 동점을 만든 것. 볼카운트 1B-1S에서 두산 선발 라울 알칸타라의 3구째 스플리터(135km)를 공략, 7월 27일 대구 SSG전 이후 11경기 만에 시즌 5호포를 신고했다.
구자욱은 3-3 동점이 된 8회 2사 2루 찬스서 자동고의4구까지 얻어내며 6일 대구 LG전 이후 2경기 만에 3출루 경기를 치렀다. 시즌 타율을 3할3푼3리에서 3할3푼7리로 끌어올렸고, SSG 길레르모 에레디아(3할3푼2리)에 5리 앞선 타격 1위를 유지했다.
경기 후 만난 구자욱은 “예상치 못한 홈런이 나왔다. (정)수빈이 형이 너무 잘 따라가서 잡히는 줄 알았는데 태풍 영향인지 바람이 많이 불더라. 바람 때문에 타구가 넘어갔다”라며 “물론 나는 홈런보다 2루타를 더 치고 싶다. 2루타 2개가 홈런이다. 홈런 욕심을 내면 좋은 타구가 많이 안 나온다. 오늘은 운이 좋았다”라고 모처럼 홈런을 친 소감을 전했다.
7월 타율 3할7푼7리에 이어 8월 들어서도 5할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활약 비결을 묻는 질문에 구자욱은 “컨디션이 너무 좋다고도, 너무 안 좋다고도 생각 안 한다. 결과에 너무 집착하지 않으려고 한다”라며 “오늘(9일)은 상대가 좋은 투수라서 못 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오늘이고 내일은 내일이다. 정신적으로 냉정하게 내려놓으려 한다”라고 밝혔다.
구자욱은 앞에서 밥상을 차려주는 김현준-김성윤 테이블세터를 향한 칭찬을 이어갔다. 그는 “내가 잘해서 이기는 것보다 후배들이 잘해서 이기는 게 더 기쁘다”라며 “(김)성윤이는 엄청 열심히 하는데 꽃을 못 피웠다. 이제 경기에 나가면서 중요한 역할 많이 해준다. (김)현준이는 작년에 비해 올해 한 단계 발전했다. 미래가 더 궁금한 선수다”라고 말했다.
김현준이 부상 이탈한 이정후(키움)의 아시안게임 대체자로 나서야하는 이유도 설명했다. 구자욱은 “김현준은 주눅 들지 않는 플레이가 너무 좋다. 마인드 역시 나보다 좋다. 늘 긍정적이며, 야구에 대한 열정도 좋다”라며 “또한 공격, 수비, 주루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야구 센스도 엄청나다. 대체불가한 자원이다”라고 홍보 활동을 했다.
다만 구자욱의 맹활약에도 삼성은 지난 6월 22일부터 두 달 가까이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반기 부진을 딛고 7월 9승 1무 8패, 8월 4승 4패를 거두며 9위 키움과의 승차를 지웠지만 아직 승률에서 3리 뒤진 꼴찌다.
그러나 포기는 없다. 삼성 선수들의 남은 47경기 목표는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 두산과의 9.5경기 차이를 지우는 것이다. 구자욱은 “우리 선수들이 너무 열심히 하고 분위기도 너무 좋다. 감독님이 후반기 분위기를 너무 잘 만들어주셔서 선수들이 힘을 많이 낸다”라며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야구다. 우리가 남은 경기서 10연승도, 20연승도 할 수 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하위권에 있더라도 어떻게든 이기려고 해야 반등할 수 있다”라고 기적을 꿈꿨다.
폭염에도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경기장을 찾아 삼성을 응원하는 팬들을 향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구자욱은 “팬들을 보면 많은 감정이 느껴진다. 큰소리로 응원해주시면 선수들이 백배 이상으로 감동을 받는다. 소름도 끼친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라며 “어떻게 보면 죄송하기도 하다.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시는데 성적이 좋지 않아 아쉽다. 그래도 후반기는 팬들과 조금 더 즐겁게 야구를 할 수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항상 감사하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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