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가치 평가의 전부일 수는 없지만 가치 평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프로스포츠 무대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연봉, 계약금은 선수의 가치를 나타내는 가장 기본적인 척도다.
또 한 명의 코리안 빅리거가 탄생했다. 올해 고교 최대어 투수였던 장현석(19,마산용마고)가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장현석의 매니지먼트사인 리코스포츠는 9일, 다저스와 90만 달러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한 기준, 장현석의 계약금 90만 달러(약 11억 9000만 원)는 2018년 배지환(피츠버그)이 125만 달러(약 16억 5000만 원)의 계약금을 받은 이후 최고액이다. 투수로 따진다면 2010년 2월 시카고 컵스와 계약을 맺은 김진영의 120만 달러(약 15억 8000만 원) 이후 최고액이다. 지난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계약을 맺은 심준석의 계약금은 75만 달러(약 9억 9000만 원) 수준.
이전처럼 해외 유망주 선수들에게 무작정 계약금을 안겨줄 수 없는 현실이다. 국제 아마추어 유망주 보너스풀 제도 안에서 계약금을 분배해야 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다저스가 투자한 90만 달러는 장현석에게 얼마나 큰 기대를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올해 다저스의 국제 아마추어 보너스풀은 414만4000달러(약 54억 7000만 원)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텍사스 레인저스와 함께 가장 낮았다. 1월 중순, 국제 아마추어 계약 첫 날에 요엔드리 바르가스(208만 달러, 약 27억 4000만 원), 아르날도 란티구아(70만 달러, 9억 2000만 원) 등 13명의 유망주들과 계약을 맺으면서 보너스풀은 거의 소진했던 상황.
하지만 다저스는 보너스풀을 추가로 마련하기 위해 올해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투수 막시모 마르티네스, 알드린 바티스타를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보냈다. 이 금액으로 장현석 계약금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다저스는 장현석에게 진심이었다. 다저스 소식을 다루는 ‘다저네이션’은 장현석의 계약을 알리면서 ‘장현석은 19세의 놀라운 유망주 투수다. 이미 97마일을 던지며 패스트볼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 스위퍼를 던진다’라며 ‘KBO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이 예상됐지만 미국 도전을 꿈꿨고 다저스가 장현석에게 기회를 줬다. 빅리그에서 장현석을 보기까지 시간은 좀 걸릴 것이지만 다저스는 장현석을 미래 스타로 성장하는 것을 원할 것이다. 다저스 팬들도 장현석에 메이저리그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현지 팬들은 장현석의 계약 루머가 돌 때부터 장현석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현지 SNS에는 장현석이 지난달 24일 청룡기 8강전에서 14개의 탈삼진을 잡은 영상을 공유하며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161km, 100마일을 던지는 투수들이 흔해진 시대지만 19살에 155km, 96~97마일을 뿌리는 투수는 세계 어디에서든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고 기대를 품을 수밖에 없다.
이미 다저스는 박찬호와 류현진과 오랜 시간 동행을 하면서 한국 야구 팬들에게 친숙해진 구단이다. 잠시 스쳐지나갔지만 최희섭과 서재응 등의 국내 선수들도 몸담은 바 있다. 최근에는 최현일이라는 유망주를 함께하면서 국내 팬들과 여전히 교감을 하고 있다. 지금은 한국 선수가 없지면 여전히 ‘국민구단’의 위상을 갖고 있다.
다저스는 특히 강속구 투수들 육성에 일가견이 있다. 워커 뷸러를 시작으로 훌리오 유리아스, 토니 곤솔린, 최근에는 바비 밀러까지. 강속구 우완 투수들을 육성했고 빅리그 전력으으로 일찌감치 육성시켰다.
장현석을 향한 ‘국민구단’의 진심이 닿았다. 다저스의 진심과 육성 철학에 장현석의 피지컬과 잠재력이 결합된다면 한국인 100마일 유망주를 보는 것도 더 이상 꿈이 아닐 것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