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구리 부상에도 경기 출전을 자청한 양의지(36·두산)가 결국 1군 말소되며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택했다. 감독은 물론 단장까지 설득에 나섰을 정도로 출전 의지가 강했지만 더 큰 경기를 위해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지난 8일 잠실 삼성전에 앞서 주전 포수 양의지를 1군 엔트리에서 전격 제외했다. 사유는 옆구리 부상. 양의지는 지난주부터 왼쪽 옆구리에 이상 증세를 느꼈다. 5일 잠실 KT전에서 편도염 증세를 보여 경기 막판 교체됐는데 기침할 때 옆구리 부위에 1차 충격을 받았고, 스윙을 하면서 비슷한 느낌을 다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6일 잠실 KT전은 아예 결장했다.
결국 옆구리 부위에 탈이 났다. 양의지는 7일 병원 정밀 검진 결과 좌측 옆구리가 1.8cm 손상됐다는 비보를 접했다. 일단 경기가 없는 7일 1군 엔트리 말소는 피했지만 이튿날 이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논의 결과 엔트리 제외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8일 잠실에서 만난 이 감독은 “부상 정도가 1.8cm라 심한 상태는 아니지만 잘못했다가 한 번 더 다치면 2~3개월 장기 재활이 불가피하다. 본인은 해보는 데까지 해보겠다고 하는데 엔트리에서 빼기로 했다. 괜히 지금 무리했다가 더 찢어지면 시즌 내에 못 돌아올지도 모른다”라고 말소 이유를 설명했다.
감독의 말대로 양의지의 출전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했다. 아마 8일 오전까지 휴식을 취하면 상태가 회복될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경기가 없는 7일 손상 소견을 받았음에도 1군 엔트리에 잔류했고, 8일 잠실구장으로 출근해 훈련 직전까지 옆구리를 체크한 뒤에야 말소를 받아들였다.
감독이 선수의 출전을 막을 정도로 양의지의 책임감이 강했다. 이 감독은 “선수가 뛴다길래 말렸다. 물론 1.8cm는 찝찝한 정도이지만 한 번 더 벌어지면 크게 다친다. 지금 막지 않으면 3주 뒤에도 복귀가 힘들다”라며 “팀으로서 큰 손실이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욕심 같아서는 경기에서 뛰어주면 고맙겠으나 단순 근육통이 아니다. 지금 쉬는 게 맞다. 선수의 뛰고자 했던 마음에는 감사하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현장에서 만난 두산 김태룡 단장 또한 “양의지를 월요일 엔트리에서 제외하지 않은 건 화요일에 본인이 상태를 본다고 했기 때문이다. 본인이 뛸 수 있다고 하는데 못 뛰게 막았다”라고 힘겨웠던 설득 과정을 되돌아봤다.
옆구리 부위가 찢어졌음에도 팀을 위해 부상 투혼을 발휘하려 했고, 그렇기에 7일이 아닌 8일이 돼서야 1군 엔트리 말소를 받아들였다. 152억 원 스타 플레이어의 책임감이란 바로 이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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