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판정 하나가 아쉬웠다. 결과적으로 볼넷 이후 부상까지 발생했으니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에겐 더욱 아쉬운 순간이었다.
류현진은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4이닝 동안 볼넷 1개만 내줬을 뿐 안타 없이 삼진 2개를 잡으며 ‘노히터’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1회 시작부터 4회 1사까지 10타자 연속 아웃 처리하며 퍼펙트 행진을 펼친 류현진. 그러나 안드레스 히메네스에게 볼넷으로 첫 출루를 허용했다. 3-2 풀카운트에서 6구째 커터가 존 아래로 벗어났다.
하지만 그 앞에 던진 5구째 공이 아쉬웠다. 볼카운트 2-2에서 90.3마일(145.3km) 포심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존 낮은 쪽으로 공이 반 개 이상 들어갔다. 그런데 주심 채드 페어차일드 심판의 손이 올라가지 않았다.
제대로 된 판정이었다면 루킹 삼진으로 아웃 처리돼야 했는데 풀카운트가 됐고, 볼넷으로 이어졌다. 계속된 1사 1루에서 호세 라미레즈를 우익수 직선타 처리한 류현진은 오스카 곤잘레스의 시속 97.7마일(157.2km) 강습 타구에 오른쪽 무릎 안쪽을 맞았다.
등 뒤로 떨어진 공을 잽싸게 주운 류현진은 1루로 러닝 스로를 하며 후속 플레이까지 한 뒤 그대로 넘어졌다. 이닝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처리하는 집중력을 보였지만 통증이 극심했고, 한참 동안 누운 채 고통스러워했다. 감정 표현이 크지 않은 류현진답지 않게 얼굴을 찡그렸다. 자신의 힘으로 일어서긴 했지만 존 슈나이더 감독과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으며 덕아웃에 들어갔다.
다행히 타박상으로 드러나 큰 부상을 피한 류현진이지만 4이닝 노히터 호투 중 내려간 게 너무 아쉬웠다. 지극히 결과론적이지만 히메네스 타석에서 5구째 볼 판정이 스트라이크로 선언됐다면 부상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토론토 소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블루제이스네이션’도 류현진의 부상 소식을 전하며 이 판정을 비판했다. 매체는 ‘심판이 볼과 스트라이크를 어떻게 판정하는지 알고 있었다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존 아래 들어온 매우 명확한 스트라이크를 놓쳤다’며 ‘그것만 아니었으면 류현진은 이닝을 끝냈을 것이고, 자신을 맞힌 타구를 날린 타자와 마주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류현진은 타구에 무릎 안쪽을 맞고 고통스러워하며 바닥에 쓰러진 채 한동안 그 자리에 머물렀다. 다행히 구단은 무릎 타박상으로 발표했고, 이는 최선의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며 ‘류현진은 복귀 후 두 번의 등판에서 꽤 견고했다. 다음 등판 순서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비록 부상으로 내려갔지만 류현진의 투구 내용은 무척 좋았다. 특유의 커맨드로 하이 패스트볼과 낮은 커브, 체인지업으로 높낮이를 활용한 투구가 빛났다. 주무기 체인지업도 5개의 헛스윙을 뺏어낼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류현진도 “지난 등판보다 커맨드가 훨씬 좋았다. 특히 체인지업이 내가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들어갔다”며 만족스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