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전설’ 스즈키 이치로(50)의 아시아 메이저리거 최다 15경기 연속 멀티 출루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한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기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과장 좀 보태면 전성기 이치로를 연상시킬 만큼 절정의 컨택 능력으로 후반기 메이저리그 전체 타율 2위에 랭크돼 있다.
김하성은 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치러진 2023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의 홈경기에 1번타자 3루수로 선발출장, 5타수 2안타 1득점으로 활약하며 15경기 연속 멀티 출루 행진을 이어갔다.
다저스 우완 선발 토니 곤솔린을 맞아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초구 가운데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좌전 안타로 연결한 김하성. 6회에도 곤솔린의 2구째 가운데 높게 들어온 슬라이더를 받아쳐 중견수 앞으로 굴러가는 안타를 만들었다.
지난달 25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을 시작으로 13경기 연속 안타 행진. 커리어 하이 기록으로 이 기간 시즌 타율을 2할7푼에서 2할8푼8리(361타수 104안타)로 바짝 끌어올렸다.
김하성은 후반기 23경기에서 타율 3할8푼4리(86타수 33안타) 5홈런 10타점 17볼넷 11삼진 출루율 .490 장타율 .593 OPS 1.083으로 대폭발 중이다. 후반기 양대리그 통틀어 타율 2위, 출루율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후반기 김하성보다 타율이 높은 타자는 프레디 프리먼(다저스 .420)이 유일하다.
시즌 타율도 내셔널리그(NL) 상위 10위에 들었다. 1위 루이스 아라에즈(마이애미 .374), 2위 프리먼(.340), 3위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 .339), 4위 브라이슨 스탓(필라델피아 .302), 5위 올랜도 아르시아(애틀랜타 .297), 6위 알렉 봄(필라델피아 .290), 7위 크리스티안 옐리치(밀워키 .290), 8위 레인 토마스(워싱턴 .290)에 이어 김하성이 9위다.
지금까지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리그 타율 10위에 든 적이 없었다. 규정타석에 든 타자가 김하성에 앞서 추신수(SSG)밖에 없었다. 추신수는 총 9번의 규정타석 시즌을 보냈는데 그 중에서 최고 타율 순위는 2010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가디언스) 시절 아메리칸리그(AL) 12위(.300)였다. 앞서 2009년 첫 3할 타율을 쳤지만 AL 21위로 ‘톱10’에 진입한 적은 없었다.
지난해 추신수에 이어 한국인 선수로는 두 번째로 규정타석 타자가 된 김하성은 NL 타율 전체 36위(.252)였다. 규정타석 타자 63명 중 36위로 평균 이상이었다. 올해는 76명 중 9위로 상위 11.8%에 들며 추신수도 못한 타율 톱10 진입을 바라보고 있다.
추신수가 뛰던 때와 달리 지금 메이저리그는 투고타저 시대라 3할 타자도 많지 않다. NL 4명, AL 5명으로 총 9명밖에 되지 않는다. 2010년에는 NL 11명, AL 12명으로 3할 타자가 총 23명이었다. 과거보다 타자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김하성의 방망이가 불을 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