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도 선수도 살았다.
아마도 KIA 타이거즈의 2023 최고의 선택은 임기영(30)의 불펜 전환일 듯 싶다. 여전히 시즌이 끝나지 않았고, 치열한 순위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임기영은 KIA 불펜에서 커다란 힘이 되고 있다. 사실상 불펜의 에이스로 평가받고 있을 정도로 팀 기여도가 독보적이다.
임기영은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2017년부터 선발투수로 낙점을 받았다. 두 번의 완봉승을 낚으며 8승을 따냈다.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승리투수로 활약하며 우승 반지를 끼였다. 낙차큰 체인지업을 앞세워 한때 10승을 바라볼 정도로 든든한 선발투수였지만 퀄리티스타트 능력은 부족했다.
선발 122경기에서 46회의 퀄리티스타트를 했다. 선발평균자책점은 4.89였다. 2023시즌을 앞두고 임기영에게 커다란 변화가 찾아왔다. 고졸 신인투수 윤영철이 입단하면서 선발자리가 위협을 받았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거쳤고 결국은 선발경쟁에서 밀렸다. 김종국 감독은 윤영철을 5선발 투수로 기용했다.
임기영은 구원투수진으로 이동했다. 정확한 보직은 멀티이닝을 소화하는 롱맨이었다. 선발투수들의 뒤에 붙어 제 2의 선발투수 임무를 부여받았다. 이의리, 아도니스 메디나가 부진한 투구 혹은 투구수가 많아 조기에 강판하면 뒤에서 던졌다. 2~3이닝은 기본이고 최대 4이닝까지 던졌다.
등판내용이 대단히 훌륭했다. 특유의 제구력과 속전속결의 적극적인 승부로 이닝 삭제했다. 나중에는 롱맨이 아니라 필승맨으로 승격됐다. 마무리 정해영, 필승맨 장현식과 전상현이 주춤했을 때 가장 안정된 투구능력을 과시하며 불펜을 지켰다. 직구, 투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까지 다양한 구종과 노련한 마운드 운영 능력을 앞세워 한 타순 정도는 가볍게 상대하는 능력을 과시했다.
전반기에만 33경기에 등판해 51이닝을 소화했다. ERA 2.65, 1승1패2세이브7홀드를 챙겼다. 마당쇠나 다름없었다. 김종국 감독도 "한 타순은 쉽게 상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오히려 선발때보다 강해졌다"며 높은 평가를 했다. 이어 전반기 투수 가운데 최고 수훈선수로 임기영을 꼽으면서 "등판할 때마다 제몫을 해준다. 정말 미안할 정도로 잘해주었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후반기도 마당쇠 모드는 계속되고 있다. 팀의 14경기 가운데 8경기에 등판했다. 8이닝을 소화하며 4홀드를 챙겼다. 승리하는 과정에 임기영의 등판이 끼여있다. 후반기 8승4패의 성적도 임기영의 활약에서 비롯된 것이다. 피안타율이 1할8푼7리에 불과하다. 우타자(.202)보다 좌타자(.165)에 강하다. 향후 치열한 순위경쟁에서도 임기영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불펜투수 가운데 이닝이 가장 많다. 따라서 잦은 등판으로 팬들의 우려를 낳고 있지만 어느 정도 관리를 해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마무리급 활약 덕택에 팀내 고과랭킹도 최고 수준이다. 올해 연봉은 1억5000만 원이다. 이런 추세라면 상당한 연봉상승이 예상된다. 임기영 불펜행은 팀도 선수도 살았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