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괴짜 투수’ 잭 그레인키(40·캔자스시티 로열스)가 잠시 설렜다. 방망이를 들고 타석에 들어설 기회에 좋다 말았다.
그레인키는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 선발등판, 4이닝 7피안타(2피홈런) 무사사구 4탈삼진 5실점으로 무너지며 시즌 12패(1승)째를 안았다. 평균자책점은 5.32에서 5.53으로 올랐다.
지난 5월20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부터 최근 8연패를 당하면서 같은 팀 동료 조던 라일스와 함께 아메리칸리그(AL) 최다패 투수가 됐다. 36승77패(승률 .319)로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꼴찌인 팀 전력이 약하기도 하지만 불혹을 넘긴 그레인키의 공도 예전 같지 않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가 유력한 통산 224승 투수에겐 험난한 말년이다.
그런데 이날 경기에서 그레인키에게 모처럼 설렘을 준 순간이 있었다. 포수 살바도르 페레즈가 2회 상대 투수 공에 왼손을 맞으면서 부상으로 빠졌는데 7번 지명타자 프레디 페르민이 포수 마스크를 쓰면서 투수 그레인키가 3번 페레즈 타석에 들어간 것이다.
캔자스시티가 4-5로 뒤진 4회 그레인키가 타석에 들어설 차례가 올 수 있었다. 그레인키는 2사 1루가 되자 대기 타석에서 헬멧을 쓰고 방망이를 휘두르며 타격을 준비했지만 앞 타자 MJ 멜렌데즈가 1루 땅볼 아웃되면서 이닝이 끝났다.
헬멧과 배팅 장갑을 벗은 그레인키는 다시 마운드에 올라 4회까지 투구를 마친 뒤 교체됐다. 투구수가 59개밖에 되지 않았지만 5회 선두타자 그레인키 타석에 대타 에드워드 올리바레스가 타석에 섰다.
‘MLB.com’에 따르면 맷 콰트라로 캔자스시티 감독은 “1점차 승부였다. 우리는 대타를 써서 득점 기회를 만들어야 했다. 그레인키도 이해를 해줬다. 그가 안타 치는 것을 보고 싶었지만 우리는 이길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 했다”고 그레인키 교체 이유를 밝혔다.
그레인키는 통산 홈런 9개로 현역 투수 중 3위에 올라있다. 통산 도루는 9개로 역대 투수 중 그렉 매덕스 다음으로 2위. 투수이지만 치고 달리는 것을 무척 즐기는 그레인키는 그러나 지난해부터 내셔널리그도 지명타자를 도입하면서 타석에 설 기회를 잃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소속이었던 지난 2019년 9월이 마지막 안타로 남은 그레인키는 “오랜만에 타격할 생각에 신났다”며 “지난 몇 년간 야구의 모든 변화는 내게 실망스러웠다. 오늘도 수비 시프트가 계속됐다면 몇 개의 아웃을 더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타자로 나서 안타를 칠 수도 있었다. 정말 실망스런 변화가 많다”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