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김현준의 방망이가 후반기 들어 더욱 뜨거워졌다. 전반기 타율 3할3리(175타수 53안타)를 찍은 그는 후반기 3할4푼3리(67타수 23안타)의 고타율을 기록 중이다.
김현준에게 후반기 활약 비결을 묻자 "평소와 똑같이 하는데 운이 좋을 뿐"이라고 자신을 낮췄다. 마치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다"는 수능 만점자의 소감과 같았다. 김현준은 또 "좋은 공이든 나쁜 공이든 다 치려고 한다. 어떤 공이든 안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타석에 들어선다"고 했다.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미친 존재감을 뽐낸다. 지난 2일 포항 KIA전에서 두 차례 슈퍼 캐치를 선보였다. 이날 경기 중계를 맡은 박용택 KBSN 스포츠 해설위원은 김현준의 안정적인 수비를 칭찬하며 "이정후(키움 외야수)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외야수를 새로 뽑아야 하는데 김현준이 상당히 잘해주고 있다. 오늘 김현준의 수비가 눈에 확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에 김현준은 "수비도 하다 보니 (실력이) 느는 것 같다. 과감하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포항구장의 인조잔디 상태가 좋지 않아 부상 위험이 높았지만 "무조건 (타구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뿐"이라고 했다.
김현준은 5일 현장 답사차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를 찾은 류중일 대표팀 감독 앞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번 중견수로 나선 김현준은 1회 첫 타석부터 미친 존재감을 뽐냈다. LG 선발 최원태와 볼카운트 2B-1S에서 4구째 슬라이더를 잡아당겼고 우익선상 3루타로 연결했다. 김성윤의 좌익수 희생 플라이로 가볍게 득점 성공.
3회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최원태에게서 중전 안타를 빼앗았다. 김성윤의 우전 안타에 이어 구자욱의 좌익수 방면 2루타로 홈을 밟았다. 4회 2루 땅볼, 6회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났지만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그는 "(류중일 감독님이) 오신 줄 몰랐다. 나중에 알게 됐다. (3루타는) 운이 많이 따른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김현준은 KIA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류지혁(내야수)과 자주 소통하는 편이다. "지혁이 형과 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 심리적인 부분까지 대화를 주고받으며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그에게 '이정후와 가까워지는 것 같다'고 하자 "저는 새발의 피도 안 된다. 한참 멀었다. 제가 발전한 만큼 선배님도 계속 발전하신다. 저는 선배님 만큼 위협적인 타자는 아니다"고 손사래를 쳤다.
타석에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김현준은 "투수와의 신경전이기 때문에 타석에서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으면 투수에게 지고 들어가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최대한 무덤덤한 표정을 유지하고자 한다. 대신 안타를 치고 나서 세리머니를 하는 편"이라고 했다.
한편 박진만 감독은 김현준에 대해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자기 스윙으로 안타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돋보인다. 타석에서도 여유가 많이 생겼다"고 호평했다.
이어 "현재로선 이정후의 부상 공백을 메울 후보 1순위 아닌가. 팀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 있겠지만 국제대회를 통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다. 그만큼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김현준의 대표팀 승선을 응원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