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합작 노히터 기록은 KBO 42년의 역사에서 단 3번 밖에 나오지 않은 기록이다. 그리고 그 중 2번이나 역사의 현장에 있던 선수가 있었다.
롯데는 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1-0으로 신승을 거뒀다. 이로써 롯데는 시리즈 스윕패 위기를 모면하고 3연패를 탈출했다.
연패를 탈출하는 값진 경기였던 것은 물론 KBO 42년 역사에 남을 경기였다. 이날 롯데는 선발 애런 윌커스인 6이닝 퍼펙트 피칭을 펼치는 등 7이닝 95구 1볼넷 6탈삼진 무실점 노히터 피칭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리고 8회 올라온 구승민이 1이닝 무실점, 9회 올라온 김원중이 1이닝 1볼넷 1탈삼진 무실점 피칭으로 경기를 매듭 지으며 팀 노히터 기록을 완성했다.
역대 첫 팀 노히터는 LG 트윈스가 2014년 10월 6일 잠실 NC전에서 처음 나왔다. 역대 두 번째 기록은 SSG 랜더스가 2022년 4월 2일 창원 NC전에서 기록했다. 이때 당시 윌머 폰트가 9이닝 비공인 퍼펙트 게임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갔고 연장 10회에 승부가 결정됐고 10회말 볼넷이 나오면서 팀 노히터 기록이 완성됐다.
그런데 3번의 팀 노히터를 현역 신분으로 2번이나 경험한 선수가 있다. 올해 14년차로 LG와 한화를 거쳐서 롯데에 3번째 둥지를 튼 신정락(36)이 그 주인공이었다. 2014년 역대 첫 팀 노히터 당시 신정락은 LG의 선발 투수였다.
당시 신정락은 7⅓이닝 2볼넷 9탈삼진 무실점의 노히터 피칭을 펼쳤다. 하지만 경기 내내 손톱 부상을 안고 있던 상황에서 투구를 이어가다가 마운드를 내려오며 노히터 경기를 완성시키지 못했다. 이후 유원상(1⅓이닝 무실점), 신재웅(⅓이닝 무실점)이 9회초까지 피안타 없이 틀어 막았고 9회말 이진영의 끝내기 안타로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신정락과 당시 호흡을 맞춘 포수는 현재 롯데의 배터리 코치인 최경철 코치였다.
역대 첫 팀 노히터의 주역이었던 신정락은 9년이 지난 뒤 새로운 유니폼을 입고 팀 노히터를 불펜에서 지켜봤다. 신정락은 역대 첫 팀 노히터 당시 상황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그 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히 난다. 3회부터 손톱에 문제가 있어 아쉬움이 남았던 경기로 기억한다. 팀의 상황이 4위와 0.5 게임 차 5위였다. 8회에 1사를 잡고 볼넷을 내주고 마운드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 생각을 하고 코치님께서 ‘팀이 중요한 상황이니 자진해서 내려가는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었다’라면서 “다행히 9회에 점수를 냈고 팀이 승리하고, 그 해 가을 야구도 가서 뿌듯했다”라면서 당시의 팀 성적과 대화 등 구체적인 정황까지 기억해냈다.
이어 “오늘 경기 중에 강영식 코치님과 노히트에 대해서 이야기 했었는데, 오늘 그 기록이 나온줄 몰랐다”라면서 “롯데도 오늘을 계기로 팀이 좋은 방향으로 반등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지난해 한화에서 방출 통보를 받은 뒤 롯데의 부름을 받고 새로운 시작을 하고 있는 신정락은 올해 롯데에서 18경기 등판해 2승 평균자책점 4.60(15⅔이닝 8자책점)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선발도 필승조도 아닌 불펜의 일원 중 한 명이지만 베테랑으로서 젊은 투수진을 다독이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