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50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억1000만원 헐값에 영입한 외국인 선수가 대박을 치고 있다. 키움이 대체 외국인 타자로 영입한 외야수 로니 도슨(28)이 엄청난 적응력으로 타율 4할대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지난달 13일 키움은 손목 부상으로 한 달간 결장 중이던 내야수 에디슨 러셀을 방출하며 도슨을 영입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외야 유망주 출신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선 2시즌 4경기 9타석이 전부였고, 올해는 미국 독립리그 애틀랜틱리그에서 뛰었다. 최근 커리어가 좋지 않았고, 잔여 시즌 대비 연봉도 최저 수준인 8만5000달러였다. 앞서 대체 외국인 타자로 합류한 한화 닉 윌리엄스는 45만 달러를, 롯데 니코 구드럼은 40만 달러를 받았다.
기대가 크지 않은 선수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대박이다. 지난달 22일 사직 롯데전에서 KBO리그에 데뷔한 도슨은 1회 첫 타석부터 적시타로 결승타를 기록하며 예사롭지 않은 출발을 보였다. 이튿날 홈런 포함 3안타를 폭발한 도슨에겐 적응기가 필요 없었다.
지난달 26일 고척 한화전에서 문동주의 153km 직구를 우월 솔로포로 장식한 도슨은 5일 창원 NC전에도 3회 동점 투런포로 3호 홈런을 신고했다. 13경기 타율 4할8리(49타수 20안타) 2홈런 11타점 8볼넷 8삼진 출루율 .492 장타율 .653 OPS 1.145 맹활약. 대체 외국인 타자의 활약이 미미한 한화나 롯데로선 부러운 성적이다.
아직 많은 경기를 치른 것이 아니고, 상대 분석이 들어오면 어떻게 대처할지 봐야 하지만 쉽게 무너질 유형이 아니다. 삼진과 볼넷 숫자가 같을 정도로 선구안이 있다. 유인구에 배트가 쉽게 따라나오지 않는다. 헛스윙 비율도 7.6%로 낮다. 흥이 넘치는 성격으로 익살스런 모습을 자주 보이며 덕아웃 분위기 메이커 역할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도슨이 합류한 뒤 키움은 3승9패1무로 승률이 2할5푼에 불과하다. 최근 7연패로 도슨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하고 있다. 도슨 합류 후 팀 OPS 10위(.616)로 타선의 힘이 너무 떨어진다. 이정후가 발목 부상으로 수술을 받고 이탈한 게 치명적이다. 2군으로 내려간 이형종을 비롯해 이원석, 이지영, 이용규 등 베테랑들도 힘이 떨어졌다.
같은 기간 팀 평균자책점 10위(5.19)로 마운드도 무너졌다. 안우진, 아리엘 후라가 분전하고 있지만 나머지 선발들의 이닝 소화력이 떨어진다. 불펜의 부담이 큰데 이를 버틸 힘이 없다. 후반기 최다 블론세이브(4개)로 5번의 역전패를 당했다. 11년 만에 영입한 외부 FA로 기대를 모았던 원종현이 지난달 팔꿈치 수술로 시즌 아웃된 게 뼈아프다.
지난달 8연패 충격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또 7연패에 빠진 9위 키움(41승56패3무)은 어느새 10위 삼성(39승54패1무)에 승차 없이 쫓기고 있다. 승률에서 키움(.423)이 삼성(.419)에 근소하게 앞서있다. 트레이드 마감일을 앞두고 주축 선발 최원태를 LG로 보내고 미래 자원을 받는 등 사실상 리빌딩 모드로 들어간 키움이라 꼴찌로 해도 이상할 게 없다.
지난 2008년 창단한 키움은 넥센 시절이었던 2011년 8위로 꼴찌를 한 번 했다. 이대로라면 12년 만에 꼴찌가 될 수 있다. 10개 구단 체제가 된 2015년 이후로는 2017년 7위가 최저 순위. 2018년부터 최근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가을야구 단골손님으로 올해는 첫 우승 도전 시기로 주목받았다. 외부 FA들도 영입하며 크게 투자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