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미친 존재감이었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키움)가 왼쪽 발목 부상으로 항저우 아시안게임 참가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이정후의 부상 공백을 메울 선수가 필요한 가운데 김현준(삼성 외야수)이 5일 현장 답사차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를 찾은 류중일 대표팀 감독 앞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번 중견수로 나선 김현준은 1회 첫 타석부터 미친 존재감을 뽐냈다. LG 선발 최원태와 볼카운트 2B-1S에서 4구째 슬라이더를 잡아당겼고 우익선상 3루타로 연결했다. 김성윤의 좌익수 희생 플라이로 가볍게 득점 성공.
3회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최원태에게서 중전 안타를 빼앗았다. 김성윤의 우전 안타에 이어 구자욱의 좌익수 방면 2루타로 홈을 밟았다. 4회 2루 땅볼, 6회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났지만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김현준은 이날 경기 전까지 후반기 타율 3할5푼6리(59타수 21안타) 11타점 14득점의 매서운 타격감을 과시 중이다.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장면을 연출한다. 지난 2일 포항 KIA전에서 두 차례 슈퍼 캐치를 선보였다.
이날 경기 중계를 맡은 박용택 KBSN 스포츠 해설위원은 김현준의 안정적인 수비를 칭찬하며 “이정후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대표팀 외야수를 새로 뽑아야 하는데 김현준이 상당히 잘해주고 있다. 오늘은 김현준의 수비가 눈에 확 들어온다”고 말했다.
현역 시절 ‘국민 유격수’라는 찬사를 받았던 박진만 삼성 감독은 “이정후가 부상을 당한 것은 야구인으로서 안타깝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다른 선수가 기회를 얻을 수도 있는 것이다. 마침 우리 팀에서 김현준이 흐름이 좋다. 대표팀에 나가고 싶다는 표현을 직접적으로는 하지 않지만 내심 욕심을 내고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했다.
이정후를 롤모델 삼아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키워온 김현준은 이정후의 대체 선수로 손색없는 모습이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현재 분위기라면 얼마든지 가능해 보인다. /what@osen.co.kr